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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형 안마방 단속 현장 속으로 …1년전 단속한 안마방 여전히 성업 중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아무 짓도 안했어요. 네일아트 받는 곳인 줄 알고 왔단 말이에요” “집에 연락하시는 건 아니죠? 여기서 나갈 테니 환불해주시면 안될까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한 남성들이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옷을 반 쯤 입다 만 여성들은 몸을 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들은 연신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찰의 “문 열어!” 외마디에 혼비백산이 된 이곳은 서울 관악구 조원동에 위치한 안마방이다.

지난 4일 서울 금천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찰관들이 성업 중인 기업형 안마방 두 곳을 동시에 급습했다. 단속 현장에 헤럴드경제 기자가 동행 취재했다. 취재 결과, 1년 전 단속에 걸렸던 H 안마방에는 여전히 ‘낮보다 뜨거운 밤’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했다. 단속을 해도 구청의 행정처분이 있기까지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탓이다. 이날 저녁 9시부터 시작된 안마방 단속은 현장을 잡으려는 경찰관과 이를 피하려는 업주들 간 치열한 신경전으로 자정을 넘긴 새벽까지 이어졌다.

▶위장술도 안 통하는 기업형 안마방=“소주를 작은병에 나눠 담아서 챙겨가야지…잠입 직전에 한모금 마시고….”

지난 4일 오후 8시30분. 서울 금천경찰서 생활질서계 소속 경찰관들은 소주를 나눠 담은 작은 병을 호주머니에 챙기기 시작했다. 오경종 생활질서계장은 평소에 쓰지도 않는 두꺼운 뿔테 안경과 모자를 착용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미 소주 몇 잔을 들이켜 술냄새도 풍기게 만들었다. 안마방 단속을 앞둔 경찰관들은 위장술을 총동원했다. 성업 중인 기업형 안마방들이 서로 연락망을 구축하고 단속에 대비하고 있어 경찰 신분 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밤 9시. 여경 2명을 포함한 생활질서계 경찰 10명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오 계장 등 일행이 손님으로 가장하고 H 안마방에 잠입했다. 내부는 이미 손님들로 붐볐다. 5층은 맹인 안마사들이 안마를 하고, 6층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구조였다. “연애(성매매를 뜻하는 은어)하러 왔다”는 말을 던지자 “서비스를 받으려면 자정이 넘어야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40여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윽고 한 종업원이 다가와 “오늘은 아가씨가 바쁘다. 환불해줄 테니 다음에 오라”는 말을 남겼다. 오 계장은 “영업실장이 눈치를 챘다”는 것을 직감하고 일단 후퇴했다. 투입된 경찰들은 단속 전략을 재정비했다.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각이지만 출동한 이상 물러설 순 없었다.

본지 기자가 4일 단독으로 동행 취재한 서울시내 불법 기업형 안마방의 모습. 이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10여개의 서비스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노루발못뽑이로 문을 열어야 했다. 안마방 안에서는 현금 인출기까지 갖춰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사진제공=금천경찰서]

▶불법 안마방의 조명은 꺼질 틈이 없다=“5명씩, 두 팀으로 나눠 H, S 업소 두 곳을 동시에 급습한다. 들어가면 1명은 카운터부터 장악하고, 나머지 인원은 서비스룸을 봉쇄한다.”

새벽 0시30분. 오 계장의 지시에 따라 경찰이 업소 안으로 진입했다. 안마방은 빈방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H 안마방은 215평 규모로 20개 룸 가운데 일명 ‘서비스 방’이 10개 이상이었다. 인근 S 안마방은 220평 규모로 28개의 룸 중 서비스 방이 8개였다. 단속한 이날 8개의 방은 빈 곳 없이 손님으로 들어차 있었다.

성매매 현장을 들킨 남성들은 하나같이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 안마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이명준(29ㆍ가명) 씨는 “친구 소개로 왔는데 이런 곳인 줄 몰랐다. 들어온 지 10분도 안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안 서랍에서 성인용품이 발견되고 옷을 벗은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제서야 순순히 진술서를 작성했다. 경찰을 보자마자 “잘못했다”며 무릎을 꿇은 김하늘(31ㆍ여ㆍ가명) 씨는 생활비가 필요해 일주일 전부터 이곳 안마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안마방에 소위 ‘연애’를 하러오는 남성들은 20만원(현금가 19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이 돈은 맹인 안마사가 2만~3만원, 종업원이 1만원, 여성접대부가 8만원을 나눠갖고 나머지는 업주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안마방은 대체로 맹인 사장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우고 영업을 한다. 영업실장과 손님들을 안내하는 종업원 5~6명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면서 손님을 받는다. 생활비나 용돈을 벌 목적으로 들어온 접대부들은 한번 발을 들이면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정 무렵 시작된 영업장 단속은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경찰은 이날 업주 A(46) 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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