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수도이자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을 이끈 마이클 블룸버그(71) 시장의 대명사다.
이번 달을 끝으로 12년 간의 뉴욕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블룸버그는 재임 기간 뉴욕을 ‘최첨단 비즈니스 도시’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의 유산’이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블룸버그는 12년 간의 시정을 마치고 출구로 향하지만, ‘블룸버그 시대’는 앞으로 수십년 간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2002년 뉴욕시장에 처음 당선된 이후 두 번 연속 연임하면서 무엇보다 ‘젊은 뉴욕’에 열을 올렸다. 그는 뉴욕시 면적의 37%를 개발가능구역으로 재조정하고 대규모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허드슨 야드 재개발 사업이 그 대표격이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맨해튼 웨스트 사이드 거리에 2만개 이상의 주택과 사무실을 건설한다. 또 브루클린브리지공원의 워터프론트(수변지역)에는 초호화 호텔과 주택이 들어서고, 맨해튼 워터프론트에는 브루클린 다리 아래서 카누와 카약을 즐길 수 있는 비치가 조성된다. 그는 이같은 뉴욕의 워터프론트를 기존 자치구 5개(브롱스, 브루클린, 맨해튼, 퀸스, 스태이튼 아일랜드)에 추가해 ‘6번째 자치구’라고 불렀다. 이밖에도 2037년 완공되는 코넬 뉴욕 테크(Tech) 조성 사업에는 뉴욕시 예산 1억달러가 투입됐다.
뉴욕대 미첼 엘 로스 교수는 이 프로젝트들가 이제 막 첫삽을 뜨기 시작한 점을 상기시키며 “차기 시장이 누가되든 그들은 여전히 블룸버그가 시작한 프로젝트를 위한 착공식에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편의 정책도 성과를 거뒀다. 블룸버그는 뉴욕의 명물이 된 ‘시티바이크(시티그룹 후원 자전거)’를 보급시켰고, 타임스퀘어를 2010년 영구적인 보행자 도로로 변모시켰다. 범죄율도 줄어 2000년~2012년 사이 살인ㆍ강간 등 7대 흉악범죄 건수가 39.8% 하락했다. FT는 이같은 블룸버그 업적에 ‘블룸버그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의 보수적이고 친기업적인 성향 때문에 재임기간 내내 기득권층에 편향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또 거친 입담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에는 지난 1일 뉴욕 열차 탈선사고 당시 휴양지에 골프 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내가 소방관이냐?”며 항변해 공분을 샀다.
그의 후임으로 당선된 민주당 출신 빌 드 블라지오(52) 차기 시장의 지지율이 73%인 것만 봐도 블룸버그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이같은 지지율은 뉴욕 시장 선거에서 사반세기 만에 나온 최고치다. 도시 양극화는 더 심해져 지난해 뉴요커 중 17.2%가 “자신이 가난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룸버그가 시장에 취임하기 전인 2000년 14.2%에서 상승한 것이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