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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주택시장 ‘12.3 후속’ 처방 통할까?
[헤럴드경제=박일한ㆍ윤현종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12월은 연중 주택 거래량이 가장 적고 집값도 하락하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통한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조금 다를 것 같다. 정부가 1%대 ‘로또’ 대출로 통하는 공유형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를 1만5000가구로 확대하는 등 금융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 주택 구매를 유도하는 선물 보따리를 내놨기 때문이다.

4일 공유형 모기지 대상 주택이 몰려있는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전용면적 85㎡, 6억원 이하 아파트 밀집지역 인근 중개업소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 주택시장 침체가 다시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던 차에 정부가 다시 시장을 살릴 ‘불쏘시개’ 역할을 할 대출 상품 확대 대책을 3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A공인 중개업자는 “뉴스가 나오고 조금 있으니 바로 매물 시세를 물어보면서 ‘집 사도 되겠느냐’는 전화가 벌써 4~5통 정도 왔다. 대기수요가 다시 움직이는 것같다”고 말했다.

공유형 모기지는 20년 장기로 대출이 되는 까닭에 특히 준공 10년 미만의 단지를 노리던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3일 퇴근길에 은평구 불광동의 공인중개업소를 찾은 직장인 조 모(36)씨는 “지난 10월 선착순으로 진행했던 공유형모기지 신청에 탈락했다”며 “(모기지) 지원대상이 늘어난 만큼 이번에도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노원구 중계동 B공인 관계자는 “지난 10월 시범사업 때 공유형 모기지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 80%가 수도권이었으므로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겠느냐”며 “이 지역도 주택거래가 다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수도권 준공후 미분양 단지 가운데 벌써 전화문의가 쇄도하는 곳도 있다. 계약을 망설이고 있던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성남 중원구 C단지(59~120㎡, 1100여가구) 분양 관계자는 “3일 후속조치 발표 후 이 아파트가 수혜대상이 되는지를 묻는 전화만 10통이상 받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유형 모기지 대출 대상인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들 가운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취득세 완전 면제 혜택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공유형 모기지 신청 접수가 이달 9일부터 시작되므로 서두르면 이달 말까지 잔금납부를 완료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를 할 수 있다.

조금 서두르면 1%대 초저금리 대출을 받고 취득세 면제 혜택까지 잡을 수 있으니 신속히 움직이는 주택 수요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위원은 “지난 10월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 때처럼 주택 수요자들이 이달내 대출을 받으려고 대거 몰릴 것”이라며 “대출 대상 주택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값이 일시적으로 ‘들썩들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5대광역시에서 이번 공유형모기지로 매입 가능한 아파트는 수도권 279만2904가구, 5대광역시 129만9260가구 등 총 409만2164가구에 달한다. 수도권 지역 물량의 74%, 5대 광역시 물량의 83%다.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는 3604가구로 집계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의 중소형 아파트 가운데 지은 지 10년 이내 새 아파트이면서 500가구 이상 중대형 단지에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형 모기지 외에 주택 수요자가 저리로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 모기지’를 마련한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정부는 그동안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 우대형 보금자리론으로 이원화됐던 ‘정책 모기지’를 내년 1월 2일부터 통합 운영하고, 자금 규모를 사상 최대인 11조원(12만가구)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책 모기지로 대출을 받게 되면 주택기금 수준인 연 2.8~3.6% 수준으로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공유형 모기지가 아니라도 저리도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 부동산시장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우스푸어’의 집을 정부가 매입하는 ‘희망임대 주택리츠’의 면적 및 금액 제한(85㎡, 9억원 이하) 규정이 내년부터 풀리는 것도 주택시장의 큰 호재다. 하우스푸어 대부분이 중대형 주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까지 확정된 희망리츠 매입 규모가 1000가구에 불과해 주택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의 금융지원 효과가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나 국내외 경기 불안 등 주택시장 환경이 달라지지 않은 가운데 일시적으로 거래가 늘어나는 정책효과가 오히려 주태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에서 나타났던 폐해가 반복될 수 있다”며 “무주택자들이 획기적인 저금리의 공유형 모기지가 추가로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주택거래를 서두르거나 미루면 주택시장은 더욱 심하게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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