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엔저다. 일본은행(BOJ)이 양적ㆍ질적 2차원 완화로 막대한 돈을 풀어 ‘엔화 가치 하락→수출 증대→임금 상승 및 소비 촉진→기업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화는 올 들어 하락률이 15.8%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가 달러당 102.52엔인 2일 현재 환율을 기준으로 이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엔화가 연초 대비 15.8%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차 오일 쇼크로 무역 적자가 급증했던 1979년(18.7%) 이래 최대 하락률이다.
엔저 훈풍에 일본 수출기업의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닛케이평균주가는 2일 1만5655를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5259포인트 상승했다. 이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하면 연간 상승률은 50.6%에 이른다.
이는 1980년대 거품경제 시기 상승률 42.6%를 넘어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가 ‘일본열도 개조론’을 주창하며 열도 전역을 공사장으로 만들어 부동산 가격 폭등시켰던 1972년 주가 상승률(91.9%) 이래 41년 만의 대(大)상승장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BOJ의 무차별 돈풀기로 일본의 국가 부채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공공 부채는 지난해 말 924조4000억엔이었으며, 현재 1000조엔을 넘어섰다.
아베 내각 지지율도 출범 이래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아베 총리는 ‘강한 일본’을 밀어붙이다 ‘특정비밀보호법안’ 강행 처리로 역풍을 맞았다. 아사히신문은 2일 아베 내각 지지율이 49%로, 지난달(53%)에 비해 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국민의 알 권리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키이스 웨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지금까지 좋았지만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재정 상황을 개선해야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엔화 약세로 인한 디플레 위험이 전 세계 경제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