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대 검찰총장으로 공식 취임…채동욱 의혹 · 국정원 대선개입 등 해결과제 처리 주목
채동욱 전 검찰총장 퇴임 이후 63일간 수장을 잃고 내분과 외풍에 시달렸던 검찰호(號)가 새로운 선장을 맞았다. 전임 총장으로부터 키를 넘겨받은 김진태(61ㆍ사법연수원 14기) 신임 검찰총장은 3일 대검찰청 청사에 출근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재수 끝에 자리에 오른 신임 총장에게는 이전의 어떤 총장보다도 막중한 임무들이 주어졌다.당장 시급한 과제는 국가정보원 대선ㆍ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항명ㆍ외압 논란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해 무너진 검찰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검란 사태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물러난 데 이어 ‘혼외 아들’ 의혹으로 채동욱 전 총장이 사퇴하고 국정원 사건 항명 외압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불거져나온 특수통과 공안통의 갈등 및 조직 내분을 봉합하고, 겹 대행 체제로 운영되던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차질 등 후유증도 치료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 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 총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같은 부산ㆍ경남(PK) 출신으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총장이 청와대와 검찰을 통제하는 통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으로 임명된 사실상 첫 총장이라는 점도 그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검찰이 어떤 식으로 처리하느냐가 검찰 독립을 향한 김 총장의 의지를 시험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검찰 수사는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불법적으로 확인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이 이 같은 의혹 규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마무리 수순인 국정원 대선ㆍ정치 개입 사건과 NLL 대화록 유출 사건을 잘 매듭짓는 것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국정원 사건을 처리하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항명 사태가 보여주듯,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수호는 검찰 조직의 안정과도 직결돼 있는 문제다. 김 총장은 2일 취임식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어떠한 시비도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다지자”고 강조했다.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에 신망이 두텁다는 김 총장이 검찰 조직의 안정과 정치적 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