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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개 숙인 월街” 대형 투자은행 연봉ㆍ보너스 감봉
대형 투자은행들이 최근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직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되려 줄이고 있어 이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뒤에도 고액의 연봉을 받아챙겨 ‘살찐 고양이’로 불렸던 월가 금융가들이 이같은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의 9개 대형 투자은행들이 올해 수익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봉, 보너스, 상여금 등을 포함한 보수를 5% 가량 감축했다고 자체 분석을 통해 3일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 9곳이 올 1∼3분기 전 직원에게 지급한 총 보수액은 514억달러(약 54조33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5% 줄어든 결과다.

그 중에서도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과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우 보수 지급액은 지난해보다 각각 27%, 17% 감소하는 등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자은행의 수익률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대형 투자은행 9곳이 올 들어 3분기까지 거둔 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10% 성장했다.

특히 스위스 UBS 은행의 경우 이 기간 293%에 달하는 수익 증가율을 기록함에도 불구, 직원 보수액은 거꾸로 7% 감액한 것으로 조사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를 중심으로 은행가에게 지급하는 보수보다 투자자나 주주의 이익 실현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FT는 지적했다.

이같은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지난해에는 주주의 권익을 극대화하고 기업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막자는 ‘주주의 봄’ ‘주주자본주의’ 등의 실질적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보너스 상한제’를 마련,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이에 따라 내년부터 연봉 50만유로(약 7억원) 이상을 받는 은행 임직원들의 보너스를 고정급의 최대 200% 이내로 제한하게 된다.

펀드사 F&C의 조지 댈러스 기업지배구조 책임자는 “투자은행이 보수 문제로 더이상 압력에 시달리지 않으려 한다”며 “주주와 고용인 간의 균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도한 급여가 은행들의 영업이익을 악화시킨다는 자기반성도 투자은행의 감봉을 불러온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 성숙단계인 선진국에서 매출이 앞으로도 크게 향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정책당국이 금융개혁법 시행을 서두르고 있어 투자은행의 급여 감액은 불가피하단 지적이다.

프라이스워터쿠퍼스(PwC)의 톰 고슬링 급여책임자는 “올 들어 투자은행의 직원 보수 감액 규모는 수익 증가액의 절반에 이른다”며 “수익률 개선을 위해 보수를 줄이는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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