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발(發) 글로벌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글로벌 디플레와 환율전쟁 위기는 일본에서 출발했다”며 “아베노믹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디플레 수출국=일본의 국가주도형 엔저는 전세계에 일본식 디플레를 전파하고 있다. 아시아 주식 전문 펀드 매니저인 제임스 그루버는 포브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값싼 일본 제품이 전세계에 판매되면서 일본이 디플레를 수출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일 엔/달러 환율은 일시 달러당 102.51엔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는 연초 86엔대에서 2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엔/달러 환율이 쉽게 110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엔저에 힘입은 일본 제품은 자동차, 로봇, 평면TV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올해 13.1% 중가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엔화 약세로 개인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그루버는 일본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일본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정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길을 만드는 무모한 실험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이 엔저를 더 유도할 경우, 세계 각국이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진정한 환율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은행(BOJ)는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에 대비해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한 상태다.
▶디스인플레→디플레로=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율 1%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50년간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유럽은 저성장 속 낮은 물가상승률에 고심하고 있다. 29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11월 물가상승률은 0.9%로 소폭 상승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는 여전히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ECB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가와 금값 등 상품가격 약세도 인플레 하방 압력을 부추기고 있다. 유가는 미국 셰일혁명과 이란의 제재 완화 여파로 불확실성을 가중되고 있다. 또 금값은 내년 1분기 온스당 12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루버는 이것들이 바로 “디플레의 불씨”라며 디스인플레(물가상승률 둔화)에서 디플레(물가하락)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디플레가 인플레보다 경제에 더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를 축소시켜 글로벌 경제를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져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바클레이스은행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 912명 중 60%가 “물가 하방 압력이 인플레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답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