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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저물가 함정…한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 3분기째 0%대
[헤럴드경제=하남현ㆍ천예선 기자] 글로벌 경제가 ‘저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각국이 제로금리에 가깝도록 돈을 풀고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도 복지부동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0.9%로 3개월째 0%대 성장에 머물러 있다. 자연히 ‘디플레’ 우려가 나온다. 저물가가 한국 경제 회복에도 복병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3개월째 0%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0.9% 상승했다. 전달 0.7%보다는 다소 올랐지만 0%대를 깨뜨리지 못했다. 0%대 저물가가 3개월 연속으로 이어진 것은 1999년 7~9월 이후 14년여 만이다. 전월 대비로도 0.1% 하락하며 2개월 연속 떨어졌다.

농축수산물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전달 대비 2.6% 각각 떨어졌다. 한 달 전보다 배추(-34.5%), 시금치(-20.6%), 배(-13.2% 등이 값이 크게 내려가며 저물가를 주도했다.

반면 공업제품은 전년대비 1.4%, 전달보다 0.4% 상승했다. 공공요금도 전기요금 인상 여파로 도시가스(5.3%), 전기료(4.7%), 지역난방비(5.0%) 등이 줄줄이 상승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11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1.8%, 전달보다 0.3%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의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은 1.5%, 전월 대비 0.3%를 나타냈다.

▶선진국 물가상승률도 바닥= 주요 선진국 물가도 좀처럼 바닥을 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율 기준 1%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50년간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유럽역시 저성장 속 낮은 물가상승률에 고심이다. 유로존의 11월 물가상승률은 0.9%다. 전달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는 여전히 크게 밑돈다.

일본 역시 지난 10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대비 0.9% 상승했다. 일본은행(BOJ)의 상승률 타깃인 ‘2% 인플레이션’에는 턱없이 못미친다.

▶ 글로벌 저물가 지속 우려= 주요 국가들이 저물가에 고민하는 것은 저성장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살아나지 못한 결과 현재의 저물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디플레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향후 글로벌 물가가 오를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 주식 전문 펀드 매니저인 제임스 그루버는 포브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디스인플레(물가상승률 둔화)에서 디플레(물가하락)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역시 선진국과 같은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낮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내수 부진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며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1.7~2.3%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5~30.%보다 크게 낮은 예상치다. 투자, 소비 등 내수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저물가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한국은행의 물가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식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지만 경기활성화를 통한 내수 확대 노력 등 저물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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