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미국 경기 부흥≠신흥국 경제 성장.’
미국의 경기 부흥이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전세계 동반성장 방정식이 깨지고 있다. 이는 미국이 세계 최후의 소비시장으로서의 입지를 잃고 있기 때문이며 미국의 부진한 소비자 지표 등도 신흥국 경제성장을 이끌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과거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며 수출대비 수입량도 줄어들어 대미 수출 신흥국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통업계의 대목인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개월만에 최저치인 70.4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 수정치인 72.4와 시장 전망치인 72.6을 밑돈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말 매출이 부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전미소매연합(NRF)에 따르면 추수감사절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4일간 유통업계의 전체 매출액은 57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1억달러보다 2.8% 하락했다. 미국인 1명당 소비액은 전년동기 423.55달러보다 16달러가량 줄어들은 407.02달러였다. 쇼핑객 수는 1억4100만명으로 늘었으나 매출은 하락해 소비심리 위축을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인들의 ‘지갑 열기’가 예전같지 않고 신흥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신흥국 경제성장을 이끌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994년 서비스 및 비석유제품 수입은 국내총생산(GDP)의 7%에서 2000년 12%, 2007년 14%까지 늘어났으나 이같은 수출입 폭은 예전같지 않다. 2006년 3분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6%에서 올 2분기 2.5%로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의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붐과 제조업 성장 역시 수입규모 축소의 한 원인이다.
이와 함께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도 축소될 전망이다. 국제금융협회는 신흥국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유입이 지난해 1조2000억달러에서 내년 1조달러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과도 연관이 있으며 신흥국에 대한 투자매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올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수익률은 29%였지만 818개 신흥국 기업 주식을 다루는 MSCI신흥국시장 지수는 2.2% 손실을 입었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테이퍼링과 관련,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회의에서 “모두가 글로벌 폭풍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과도기의 긴장 상태”를 언급하며 Fed가 좀 더 주의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블룸버그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7%, 내년 2.6%, 2015년 3%로 예측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전세계 경제가 예상밖의 침체를 겪는 것도 ‘미국=신흥국’ 방정식을 깨는 사례다.
마노이 프라단 모간스탠리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성장은 제로섬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며 “미국의 경제성장은 다른 국가들의 경제 성장을 가져오는 금융위기 전의 모델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통 미국 경제가 1% 성장하면 다른 국가들은 0.4% 성장하지만 올해는 0.3%성장에 그쳤다. 규모로는 640억달러에서 48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는 미국 경제 규모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의 GDP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31%였으나 올해는 22%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3배 증가해 1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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