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中방공식별구역 선포 엇갈린 시선 “신의 한수” vs “중국의 오판“
[헤럴드경제=신대원ㆍ원호연 기자]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촉발된 G2(미국ㆍ중국)간 갈등이 장기화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양국의 이해득실 셈법도 빨라지고 있다. 이와관련 한쪽에선 중국의 이번 도발에 대해 장기적으로 중국의 태평양진출 의지를 공고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중국이 도발로 오히려 미국의 ‘아시아회귀전략’에 명분과 기회를 줬다는 점을 들어 ‘치명적인 오판'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status quo‘(현상유지) 깨는 신의 한 수=일각에선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 구역 설정은 ‘의도적인 영토분쟁의 공론화→현상유지 상태와의 결별→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에 대한 실효지배 축적' 등의 철저한 장기 전략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태평양 진출을 통해 ‘신형대국관계’ 설정이라는 목표점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27일 최근 중국의 일련의 행동이 철저한 계산 아래 나온 것으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절묘한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특히 이번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팩트(사실)의 변화를 이끄는 묘책‘으로 관측했다.

중국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미국이 사전통고 없이 B-52 전략 폭격기 두대를 발진시켰지만 중국으로부터 되려 “도발이다"는 여론전에 휘말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 비행기가 매번 중국의 방공식벽구역을 드나들 때마다 중국이 “도발이다”며 선전전에 나설 것이 뻔해 미국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수면 위로 불거지게 한 뒤 다음 단계로 주변국들이 자국의 의도를 암묵적으로 동의하도록 회유하거나 위협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일본의 입장에 대응해 다른 측면에서 ‘실효지배’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중국으로선 이득이다. 일본 등 이웃 국가들과의 영토분쟁에서 ‘현상 유지’(status quo)‘ 상태를 깨뜨림으로써 상황을 유리하게 몰아갈 수 잇는 것이다.

호주국방아카데미(ADFA)의 아시아 해양전략 전문가 칼라일 테이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은 영토분쟁과 관련한 양국 간의 교착상태를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산한 행동”이라며 “중국의 움직임은 철저하게 조정된 것이다. 외부에는 방어적으로 보이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라고 말했다.

▶美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에 명분만 주는 ’오판‘=하지만 또 다른 켠에선 정반대 시각으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선포에 따른 동아시아 패권경쟁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되려 주변국들의 반발을 촉발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에 명분을 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일본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지만 한국은 물론 주변국들마저 예상밖으로 중국에 강경 대응하고 있고, 미국의 동북아 내 입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도 28일(현지시간) 이와관련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자기 자신을 과신해 일을 망친 사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마티유 뒤샤텔 중국ㆍ국제평화안보프로젝트 대표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번 사태에서 재빠른 반응을 보임으로써 예전보다 훨씬 더 일본의 편에 서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중국의) 오판이 다소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계획이 취소되고 이에따라 ‘아시아 중시정책’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꺾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우려를 달랠 ‘완벽한 기회’를 갖게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을 저지해야 할 중국으로선 오히려 미국에 강한 의지와 명분을 주는 오판을 했다는 분석이다.

카네기-칭화 글로벌 정책센터의 폴 해인레 소장도 “중국이 마치 미국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고, 뭘 해야 할지 몰랐던 것처럼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아시아 국가들에 중국의 부상에 대한 심한 불안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중국이 외교ㆍ전략 정책노선에서 때때로 엿보이는 혼란스러운 모습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두드러져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최근 대규모 투자 등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안심시키려 애를 쓰며 ‘신형대국관계’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지만, 이번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WP는 이와관련 “한국의 분노는 눈에 띄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티격태격한 반면 중국과는 사이가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