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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함의 정수, 고려 나전香箱…그 시절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중앙박물관 나전향상 국제심포지엄
부드럽게 휘어진 갯버들 줄기가 낭창하다. 같이 노니는 물새도 보인다. 물가 풍경을 섬세하게 그렸다. 수백년 전 한 장인은 조개와 금을 물감 삼아 그림을 그리듯 이 향상자를 장식했을 것이다. 외합, 내합, 선반으로 구성된 상자는 온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화려했던 원래 모습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아시아뮤지엄연구소와 함께 고려시대 칠기소장품 중 하나인 포류수금문 나전향상(蒲柳水禽文 螺鈿香箱ㆍ이하 향상)에 대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개최한다.

박물관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원형을 거의 잃어버린 이 향상의 과학적, 공예사적, 회화적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재조명해 고려시대 나전칠기 공예의 실상을 밝히고, 동아시아 칠 공예사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덕수 2510 포류수금문 나전향상, 외합 29.1×18.8×11.3㎝.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이 향상은 고려시대 고분 출토품으로 1929년 조선 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에 처음으로 전체 사진이 게재됐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파손된 상태로 전하다 덕수궁 이왕가소장품이 1969년 이관된 후 현재 한국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향상에는 회화적인 포류수금문이 장식됐는데 섬세하고 화려해 고려시대 고도로 발달한 나전기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묘금기법(금칠)은 다른 고려 나전제품에서 볼 수 없고, 본 향상에서만 출현하는 기법이다. 주문양인 포류잡수수금문은 11~12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청동은상감정병과 상감청자의 문양에서 보이는 포류수금문과도 유사하여 고려시대의 공예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전은 고려에서만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을 비롯 동아시아 곳곳에서 활용했던 공예기법이다. 그래서 고려 나전칠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중요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현존하는 고려나전은 약 20점 정도로 대부분 일본 등 해외에 소장되어 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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