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금리기조 유지 기대감에 ‘자산버블’…보석 · 클래식카 · 시계 등 럭셔리 투자에 돈몰려
1억4240만$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경매가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액)
8300만$
핑크 다이아몬드 경매가 (보석 경매사상 최고액)
2089만파운드
W196 R 그랜드픽스 레이싱카 경매가
‘분홍빛 꿈(Pink Dream)’
최근 스위스 제네바 경매장에 등장해 보석 경매 역사를 새로 쓴 59.6캐럿짜리 분홍색 다이아몬드<사진>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짧은 두 단어는 최근 ‘대박’의 환상에 부풀어 전 세계 자산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의 모습을 강렬하게 대변해주고 있다.
내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이끌 재닛 옐런 지명자가 당분간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에 전 세계 주식ㆍ부동산ㆍ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만6072.80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4017.75를 기록, 종가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지수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전 세계 집값도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거품 우려를 뒷받침했다.
고급품(보석ㆍ미술ㆍ클래식카ㆍ시계ㆍ와인) 중심의 ‘럭셔리 투자’에도 돈이 몰리면서 연일 최고가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스위스 경매에 나온 14.82캐럿짜리 노란색 다이아몬드 ‘더 오렌지’가 총액 3554만달러(약 377억원)에 낙찰돼 유색 다이아몬드 중 캐럿당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13일엔 핑크드림이 보석 경매 사상 최고가인 8300만달러(약 881억원)에 팔려나갔다.
미술품 시장도 심상치 않다. 지난 13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는 총액 1억4240만달러(약 1512억원)에 팔려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이날 뉴욕 소더비 경매에선 앤디 워홀의 ‘실버 카 크래시’가 1억500만달러(약 1592억원)에 팔려 앤디워홀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슈퍼리치의 대표적 수집품, 클래식카에 대한 사랑도 뜨겁다. 지난 7월 영국 본햄 굿우드 페스티벌 경매에선 메르세데스 벤츠의 1954년산 ‘W196 R 그랜드픽스’ 레이싱카가 2089만6800파운드(약 356억원)에 낙찰됐다.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1년 페라리 클래식카 낙찰액(약 1000만파운드)의 2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초완화에 따른 버블이 빠르게 확산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앤드루 후스자르 전 Fed 위원은 “양적완화는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시장 정부 개입”이고 “지난 5년간 금융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유동성을 퍼부어 시장을 버블처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비안코리서치의 하워드 시몬스 전략가는 “지난 하락장세의 경험을 떠올려볼 때 당신이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단 공포에 빠진 한 투자자가 ‘공황매도(panic selling)’를 하기 시작하면 자산가치의 연쇄 추락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