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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국세청 개혁이 성공하려면 - 박인호(칼럼리스트)
국정원ㆍ검찰과 함께 국세청도 개혁 중이다. 국세청은 정권이 바뀌거나 대형 비리가 터질 때마다 개혁 방안을 내놓고 쇄신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장의 비리가 터졌고, 세무조사는 여전히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국세청 개혁이 성공하려면 사전에 구축할 법적 장치가 있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국세청장 임기제’다. 국세청장에 오르려면 인사권자와 집권당의 눈에 들어야 하고 자리를 보전하려면 재직 내내 이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선 국세청장이 소신껏 일할 수 없고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세청장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려면 ‘국세청장 임기제’(예컨대 2년) 도입이 선결 조건이다. 국세청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도 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가칭 ‘국세청법’을 제정해 국세청장 임기제와 독립기구로서 ‘국세청장추천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국세공무원의 비리 근절과 처우 개선이다. 국세공무원의 비리는 재정 수입과 연관되는 특수성이 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처우 개선과 처벌을 병행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처우 개선은 여타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정보 수집, 징세, 조사 등 국세청의 특수 업무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후에 비리에 연루된 경우 추징금과 함께 가중 처벌하는 한편, 퇴직금 몰수, 세무사 개업과 취업 제한 등 제반 불이익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세무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다. 세무조사는 기업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해당 기업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전 방위 로비를 벌이게 마련이다. 박연차 게이트, CJ 세무조사 로비 사건이 외부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이런 가운데 세무조사가 국세공무원 비리와 국세청에 대한 불신의 온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환경에선 납세자의 권익이 보호될 수 없고, 또 불명예 퇴직하는 국세청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세무조사가 비리와 불신의 온상이 된 주요 원인은 세무조사가 국세청장이 만든 ‘조사 사무처리 규정’이라는 내부 규정(훈령)에 의해 운영되는 데 있다. 법규가 아닌 조사 사무처리 규정은 조사 효율성 제고에 중점을 둬야 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조사공무원의 재량권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반면에 납세자의 권익 보호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공무원의 비리와 납세자에 대한 권익 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와 정부는 이를 개선하지 않고 방치해 왔다.

세무조사 대상과 절차에 대한 법적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행 세무조사제도를 바로 잡지 않으면 국세청 개혁은 백년하청이다. 정부는 세무조사의 근본 문제를 외면한 채 눈 감고 아웅 식으로 국세청 개혁을 추진하지 말라. 세무조사 대상과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법에 규정하는 가칭 ‘세무조사 절차법’ 제정을 제안한다. 여기에 조사 대상자 선정 등 과세 표준과 세액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세무조사 절차를 위반한 경우 처벌과 함께 해당 세무조사를 무효로 하는 규정을 둬야 한다. 이래야 세무조사의 법적 통제로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고, 국세청장과 국세공무원의 비리와 재량권이 차단됨으로써 납세자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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