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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으론 “연내처리는 물건너갔다"... 여야 모두 ”상대가 하기 나름"
예산안 연내 처리를 위한 국회의장단과 여야의 다각적인 접촉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제야의 종소리 전에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국회의장도 ‘직권상정’의 유혹을 뿌리친 채 여야 달래기에 여념없고, 26일에는 예산결산특위 소속 의원들이 예비심사 시간 단축에 나섰다. 그러나 64만개 새 일자리가 없었던 일이 되고,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이 끊기는 한국판 ‘셧다운’ 우려까지는 지우지 못했다. 헌법상 예산안 처리일인 12월2일, 그리고 ‘진짜 데드라인’인 연말이 코 앞까지 왔지만, 정치권의 논의는 여전히 ‘천하태평’이란 지적이다.

대표들이 만나 정국 돌파구를 모색한 다음날인 26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극단주의자”라는 민주당 고위당직자, 또 “강경파에 휩쓸려 협상장에서조차 본심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새누리당 전략통의 성토는 서로에 대한 불신 이상으로 혼탁했다.

이날 아침회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친박계인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북한과 이석기의 RO, 천주교 정의구현사재단을 동일 선상에 놓고 “민주당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이들의 주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자극했다. 예산안 처리 지연이 민주당이 이들을 감싸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극단적인 불신이다.

민주당 역시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이 더 큰 혼란을 원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제안에 하루속히 답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이후의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민주당과 재야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특검’을 거부하는 것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이 있고, 이에 따라 사상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 역시 전적으로 새누리당 책임이라는 논리다.

그나마 모처럼 문 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상임위 통과-예결위 소위 심사’라는 절차까지 바꿔가며 속도전에 나섰지만 연내 처리 가능성에는 “저쪽이 하기 나름”이라며 폭탄 떠넘기기에 바빴다. 상대방이 뭔가 꼬투리만 잡히면 언제든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겠다는 기세다.

예산안 자체에 대한 양당의 시각차도 여전히 크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가 급하다며 정부의 안을 가급적 그대로 통과시키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박근혜표 예산 5조 삭감, 민주당 예산 10조 증액’ 방침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재원부담 비율조정,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 논란 등도 새해 예산안과 맞물린 시한폭탄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종북 논란 등도 언제든지 예산안 처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소재들”이라며 “그나마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게 희망이지만, 준예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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