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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삶의 키워드는 광대 · 의리 · 시네마천국”
영화 ‘창수’ 에서 순정파 루저 열연 임창정

맨몸에 객기와 허세뿐인 삼류인생
영화 ‘창수’는 나를 위한 영화

내가 시나리오·감독·주연한 영화 기획
첫사랑 그린 순정만화같은 작품 될것


“저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대중이 요구하는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광대’이지요. 코미디를 하든 발라드를 하든 어떤 작품을 하고 무슨 노래를 부르든 관계없지요. 그러니까 작품 속에서 제가 한심한 남자 역을 하든, 못 된 범죄자를 연기하든, 음란한 짓거리를 하든 대중들이 저를 받아들여 주는 것 아닐까요? 대중들이 ‘너 한번 놀아 봐라’ 그러면, 저는 울고 웃고 춤추고 노래하지요.”

가수이자 배우인 임창정(40)은 한 인기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팬 커뮤니티 ‘임창정 갤러리’에서 고정 닉네임을 갖고 활동한다. 거의 매일같이 들르며 글도 올리고 댓글도 단다. 그가 출연한 영화 속 대사처럼 욕설도 있고, 속어나 은어 사용에도 거침없다. 술 한 잔하고 욕설 섞어 주정처럼 늘어놓는 고백도 있다. ‘광대’ 임창정의 ‘민낯’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임창정은 영화 속에서 빈번하게 ‘평균 이하의 낙오자’를 연기해왔다. 그가 보여주는 속칭 ‘찌질남’의 모습은 어리거나 늙었거나, ‘가방끈’이 짧거나 길거나, 지위가 낮거나 높거나 어쩌면 모든 남자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둔 ‘민낯’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영화 창작자들과 한국 관객들이 임창정에게 원하는 바일 것이다.

“ ‘창수’, 제목과 시나리오를 보고는 이 영화는 나를 위한 영화구나 생각했죠. 저를 위해 저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 같았죠. 감독한테 물어봤더니 그렇지는 않더라고 하더군요. 하하. 제가 이제까지 영화 속에서 평범한 남자들의 모습을 많이 그려오지 않았습니까? ‘창수’도 그래요. 자기는 멋있고 똑부러지고 근엄한 줄 알지만, 남들이 보면 한심한 인물이죠. ‘밉지 않은 허세’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최근 발표한 노래‘ 문을 여시오’가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영화‘ 창수’ 흥행에 도전하는 임창정은 “나는 대중이 원하는 것을 하는 광대”라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창수’는 누가봐도 ‘임창정의 영화’다. 남을 위해 대신 징역을 살고 그것으로 푼돈 챙겨 살아가는 인천 차이나타운의 한심한 실업자. 동네를 “내가 접수했다”고 허세를 부리지만, ‘주먹’이랄 것도 없는 삼류인생이다. ‘창수’는 어느날 길거리에서 남자에게 폭행 당하는 여인을 보고 객기를 부려 상대에게 달려들었다가 한 방에 나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 일로 인해 꿈에서라도 마주하지 못할 여인을 누추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집에 들이게 되고, 창수는 폭력조직 내 암투와 ‘치정극’에 연루돼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다. 그가 벌이는 악전고투의 복수극이 이야기의 줄기다. 한마디로 ‘창수’는 가진 것은 맨몸에 객기와 허세 뿐인 ‘순정파 루저’다.

“2년 전에 찍었죠. 전작 ‘공모자들’과 비슷한 때에 나와서 개봉 시기를 조율하다 보니 늦어졌어요. 저로선 ‘더 잘나가는 배우 썼으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텐데’라고 하는 미안함이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있었어요. 시사회날 감독과 저, 제작자 셋이 부둥켜 안고 아무 말 못했습니다.”

임창정은 그의 연기와 노래에서 보여준 순정과 눈물, 웃음의 정서를 모두 ‘약속’이라는 단어로 함축했다. 사랑도 우정도 모두 ‘약속’과 ‘의리’,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분투와 지키지 못하는 회한에서 나온다고 했다.

임창정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ㆍ주연하는 영화를 기획 중이다. “굉장히 웃기지만 아련한 첫사랑을 그리는 순정만화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며 “음악이나 영화나 내 정서의 근원은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천국’ ”이라고 말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창정은 “내년 3월 12집 앨범 발매와 함께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열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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