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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12년 은둔자 네이버 이해진이 꺼내든 칼과 야망
[헤럴드경제(도쿄)=서지혜 기자] “네이버는 정부 도움으로 성장한 것 아니다. 경쟁 제한할 수 없는 인터넷 시장에 역차별은 없어야 한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돌아왔다. 이 의장은 지난 25일 일본 도쿄 시부야구 라인 본사에서 열린 ‘라인 가입자 3억 명 돌파’ 기념행사에서 12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깜짝 등장이었고, 깜짝 발언이었다. 12년간 은둔자로 불리며 장막에 가려졌던 네이버 창업자가가 정부를 향해 이 같은 돌직구를 날릴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었고 이해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지난 1999년 설립된 네이버는 한국 검색엔진의 대명사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자국의 검색업체가 1위를 하고 있는 경우는 러시아, 중국, 한국 정도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구글이 압도적으로 1위다.


하지만 네이버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야후코리아가 장악했던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는 지식in, 웹툰 등 획기적인 서비스를 통해 조금씩 영역을 넓혀갔다. 이 과정에서 다음, 프리첼 등 국내 업체들과도 무수한 경쟁이 있었다.

이 의장이 작심하고 “야후 코리아와 싸워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말한 것도 현재 네이버에 카인의 상처처럼 새겨진 ‘시장 독점자’라는 오명을 씻으려는 의지로 비춰졌다.

그는 자신이 은둔자라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 설명했다. 이 의장은 일본 검색시장에 도전했다 야후의 벽을 넘지 못하고 2005년 철수한 날을 회상하며 “일본 사업이 잘 되지 않아 괴로웠고, 때문에 은둔할 수밖에 없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이 의장은 이때부터 칼을 갈았다. 성공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이 의장은 2009년 검색엔진업체 ‘첫눈’을 350억원에 인수하며 일본 시장에 재도전했다. 이 첫눈 개발진들이 만든 것이 지금의 라인이다. 이 의장은 NHN재팬의 사명을 라인 주식회사로 바꾸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고, 라인은 지난해부터 일본 시장에서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글로벌 SNS를 넘어선 국민 메신저가 됐다. 글로벌 가입자 3억명이라는 대기록은 이 의장의 칼집에서 막 나온 칼날과도 같은 의미다.

하지만 지금의 라인만으로 이 의장의 야망을 채우기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이 의장은 “위챗을 서비스하는 중국의 텐센트는 올해 2000억원의 마케팅비용을 썼는데, 라인은 그 절반의 비용으로 대응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박찬호나 박세리 선수가 해외에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된 것처럼 라인이 후배 벤처들의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이 의장. 그의 안경 속 수줍은 눈에서 독기 품은 야망이 진하게 느껴졌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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