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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사는 운전하지 말라고요?”, ‘김여사’ 수십명 현대차로 몰려간 사연은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운전하지 말라는 욕도 많이 들었어요. ‘김여사’라고 놀리기만 했지, 언제 제대로 가르쳐준 적 있나요?”

20대부터 60대까지, ‘김여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김여사’란 놀림에서부터 뿔 났다. 남편, 아들로부터 화만 들었지, 정작 따뜻한(?) 도움 한번 받아본 적 없다는 설움. 이제 ‘김여사’는 없다, ‘김기사’만 있을 뿐. 현대자동차의 ‘김여사 탈출기’ 프로젝트에 이들이 열광한 이유다. 현대차가 여성운전자를 응원하는 이색 사회공헌 활동이다.

지난 21일 경북 상주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에는 전국에서 40여명의 여성운전자가 모였다. 현대차가 서울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시민연합, 포털 사이트 다음 등과 함께 진행한 ‘안전ㆍ친환경 경제운전 교육 캠페인’ 참가자들이다. 

현대차가 최근 경북 상주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에서 서울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시민연합, 포털 사이트 다음 등과 함께 40여명의 여성운전자가 참여하는 ‘안전ㆍ친환경 경제운전 교육 캠페인’을 개최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전국에서 모인 ‘예비 김기사’들. 하나같이 ‘김여사’를 탈출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배복순(55ㆍ여) 씨는 “3년 전 면허를 땄지만, 남편에게 혼나가며 운전을 배우니 잘 늘지 않았다”며 “‘김여사’라고 놀리는 사람이 많은데 어느 한 명 제대로 가르쳐준 사람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홍모(35ㆍ여) 씨는 “남편이 너무 조르기에 새 차를 사주고서 몰래 아파트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을 하다 그만 차를 박살냈다”며 “그 뒤론 무서워서 운전대 근처도 못 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열린 1차 교육에선 주차 요령, 차선변경법, 고속도로 주행교육 등이 진행됐고, 2차교육에선 슬라럼코스, 빗길ㆍ야간운전 교육, 친환경 운전법 등이 이어졌다. 1차 교육을 받은 여성운전자의 입소문 때문에 2차 교육에선 40명 정원에 200명을 훌쩍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안전ㆍ친환경 경제운전 교육 캠페인’에 참여한 여성운전자가 빗길 체험 코스에서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사진제공=현대차]

운전에 서툰 참가자들이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다양했다. 배 씨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시트 포지션을 배웠는데, 이번에 교육받아보니 그동안 자세가 엉망이었다”며 “왜 항상 운전하고 나면 무릎이 아팠는지 이제 알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고령으론 66세 할머니도 있었다. 추운 날씨로 건강을 염려, 주변에서 참가를 만류했지만 “제대로 운전을 하고 싶다”는 할머니의 열정을 꺾진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참가했다. 가장 열정적인 참가자였다”고 전했다.

빗길 체험 구간에선 참가자의 비명이 이어졌다. 차가 빗길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높이자 시속 40㎞가 채 되기 전에 차가 미끄러졌다. 야간 운전에는 갑자기 등장하는 아이 모형 등에 곳곳에서 브레이크 소리가 진동했다. 이색 야간 체험도 있었다. 야밤에 후미등 위치가 높은 버스와 후미등이 낮게 달려 있는 트럭을 전방에 세워둔 뒤 어느 차가 멀리 있는지 물어보는 것. 후미등 위치만 보곤 트럭이 더 멀리 있다고 답했지만, 정작 같은 위치에 있다는 걸 보자 곳곳에서 참가자들의 탄성이 터졌다. “야간에는 제 눈을 그대로 믿으면 안되겠네요.” 자연스레 흘러나온 반응이다. 

‘안전ㆍ친환경 경제운전 교육 캠페인’에 참여한 여성운전자들이 올바른 시트 포지션 요령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그밖에 남편 운전을 보곤 원래 스티어링 휠은 한 손으로 조작하는 줄 알았다는 사연, 구두 신고 운전하는 게 잘못됐다는 걸 이제 알았다는 사연 등 그들이 전하는 얘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만큼 사회가 이들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현대차는 올해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는 교육 규모를 한층 넓힐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회당 인원 규모를 40명에서 30명으로 줄여 한층 교육 질을 높이고, 차수를 늘려 더 많은 여성운전자에게 교육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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