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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판수정 종교인의 정치참여는 갈등을 확장하는 일
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들의 시국미사가 정치ㆍ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일부 신부는 지난 22일 미사에서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문제삼아 18대 대통령선거를 불법 부정선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검찰 수사로 전모가 드러나고 있고,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법의 심판을 앞두고 사건을 단정하는 일부 사제의 행위는 섣부르고, 사려 깊지 못하다. 너무도 정치적이어서 사제들의 행동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더욱이 연평도 포격 사건 3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박창신 원로신부의 발언은 도를 넘어섰다. 그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있는 땅에서 한ㆍ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에요”라고 말했다. 3년 전 연평도 피격의 원인을 우리 정부측에 돌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다수 국민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대북 안보 의식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연평도 피격사건은 무고한 시민과 젊은 장병의 희생을 치르게 한 사건이다. 이를 인과응보인 양 해석한 발언은 사제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고는 보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종교는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 종교인은 자기희생을 감내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데 매진함으로써 존경받아왔다. 가톨릭과 불교, 이슬람교 등이 수천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수천만, 수억명의 신자를 갖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랑의 실천 덕이다.
하지만 종교인이 직접 정치에 개입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갈등의 새로운 불씨를 제공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문제가 불거지자, 주교회의와 사제단은 박 신부의 22일 발언은 천주교 본부는 물론이고 정의구현사제단 전체와도 무관한 전주교구의 일이라고 해명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도 24일 강론을 통해 “가톨릭교회 교리에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일이 아니며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톨릭교회 교리서 2442항은 “정치구조나 사회생활의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들이 할일이 아니다”로 시작한다. 사제의 직접적인 정치개입을 금지한 것이다.
박 원로신부를 비롯한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 신부는 정교(政敎)분리를 명시한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 일부 사제의 일탈행위가 천주교와 1500만 신자들을 위기에 내몰 수 있는 상황에서 교계 원로의 즉각적인 해명 발언에 국민은 환영하고 있다. 국민은 대다수 천주교 사제들이 갈등의 중심에서 사랑과 평화를 전파하며 자기희생을 감내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신교 목회자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정의평화협의도 다음달 16일부터 성탄절까지 서울광장에서 정권 퇴진 금식기도회를 열겠다고 한다. 어느 종교든 정치적 진영논리에 함몰돼 도를 넘는 주장을 한다면 갈등의 치유와 사랑의 전파라는 종교의 본령을 저버리는 일이다. 종교인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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