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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권대봉> 문화융성 · 관광대국 · 학교교육의 방정식
‘강남스타일’ 접목 관광이벤트
‘대장금’ 전통가옥·음식 체험
감성 채우는 문화공연 인프라
학생때부터 끼 찾고 키워줘야


문화 융성으로 관광대국이 되려면 우선 관광문화 인프라가 바뀌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아직도 화장실용 두루마리 화장지를 냅킨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 있어서 민망하기 짝이 없다. 뿐만 아니라 식탁에서 고기를 자를 때 뾰족한 가위를 사용하고 있어 매우 위협적이다. 식당 주인들이 개선해야 할 일이지만, 관광 당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관광상품에는 관광지 특유의 고급 공연문화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반대로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관광상품에는 우리 특유의 공연문화 프로그램이 없거나 빈약하다.

관광지별로 그 지역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오페라나 연극의 상설 공연이 관광 프로그램에 없다. 지역 특유의 고급 공연문화 관광상품이 개발되면 관광은 더욱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는 공연문화를 관광상품화할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조선왕조 정조 시대에 살았던 창의적 여성 기업가인 김만덕 이야기는 유명하다. 제주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조실부모한 뒤에 기생의 수양딸로 살다가 제주도 물품과 육지 물품을 교역하는 객주를 경영해 쌓은 재산을 기부, 기근에 시달렸던 제주도민을 살렸다. 김만덕 이야기는 이미 뮤지컬로 제작된 바 있지만 상설 공연은 없다. 제주도 신화 이야기인 ‘가믄장아기’ 연극도 상설 공연이 없다. 제주도에만 있는 뮤지컬이나 연극을 제주 관광 프로그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관광상품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다.

역사나 신화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공연문화상품뿐만 아니라, 현대적 한류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서울 강남구에 ‘강남스타일’을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재미있는 관광 프로그램이 있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관광문화 인프라 구축은 지자체의 몫이다.

텔레비전 연속극인 ‘대장금’이 세계의 시청자를 사로잡고 난 뒤 한식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장금’에서 선보인 한국의 전통 가옥에서 전통 음식을 맛보고 싶어한다. 이런 관광객의 심리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문화 인프라도 깔아야 한다.

문화와 교육은 불가분의 관계다. 공연문화 인프라 구축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문화를 그 지역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 자치의 장점이다. 외국 초ㆍ중ㆍ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연극을 정규 교과목으로 선택해 이수할 수 있다. 연극 실기를 통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물론, 꿈과 끼를 키운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과외활동을 통해서만 연극활동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정규 교과목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아는 인재들이 양성돼야 훗날 지역의 문화를 이끌 수 있다.

학교에서 식생활 교육을 통해 그 지역의 토속적인 한국요리의 문화적 특성을 어릴 적부터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개인적으로 한식 조리명장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고 사회적으로 관광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중학생들이 진로 체험을 할 수 있는 자유학기제를 교육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하면서, 학교는 “각자 꿈꾸는 인생 항로를 안내해주는 곳이 돼야 합니다”고 말한 바 있다. 각자 꿈꾸는 인생 항로를 바르게 안내해주려면 삶과 동떨어진 지식 중심 교육과정 개혁이 필수적이다. 삶과 밀착된 교육과정으로 학교문화를 만들어서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에 따라 저마다의 끼를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문화 융성이 가능하며 관광대국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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