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이슈를 몰고 있는 모델을 꼽으라면 르노삼성 QM3가 될 것입니다. 깜짝놀랄만한 연비로 이목을 끌더니 1000대 한정 판매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7분만에 1000대가 모두 매진됐다고 하니 대단한 인기입니다. 왜 이렇게 QM3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한 마디로 기존의 틀을 깨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정체성에서부터 포지션에 이르기까지 뭔가 기존의 틀로는 해석되지 않는 모델, 그래서 QM3는 ‘이슈메이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이 차는 수입차일까요, 국산차일까요? 여기에서부터 기존의 틀을 흔들어놓습니다. 사실 그 근원에는 좀 더 오래된 논쟁이하나 있습니다. 르노삼성이나 한국지엠은 국산차인가, 수입차인가. 과거 대우자동차나 삼성자동차 시절에는 이런 논란이 무의미했지만, 한국지엠, 르노삼성으로 거듭난 이후에는 좀 아리송하기 시작했죠. 국산, 수입차의 구분을 생산국으로 해야 하나, 본사 기준으로 해야 하나 그 차이죠. 현대차는 한국차이지만, 베이징현대는 한국차인가, 이와 같은 논쟁입니다.
사실 글로벌 시대엔 자동차에 국가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게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유난히 수입ㆍ국산에 민감한(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게 또 한국 자동차 시장이니까요.
그런데 QM3는 여기에 한 가지 화두를 더 던졌습니다. QM3의 이슈메이킹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르노삼성이 해외에서 물량을 전량 수입해오기 때문입니다. 국산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수입차. 이 때문에 ‘국산차라면, 혹은 수입차라면 당연히 이러할 것이다’라고 예상하는 기존 고객의 틀에서 벗어나는 모델이 됐습니다. 국산차라고 본다면 국산차이고, 수입차라고 본다면 또 수입차인 그런 위상을 갖게 된 셈입니다.
이로 비롯된 이슈가 바로 가격입니다. 르노삼성은 QM3를 국내 출시하면서 판매가격을 유럽보다 저렴한 가격(2250만~2450만원)에 출시했습니다. 수입차라면 당연히 현지보다 비쌀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가격대이죠. 만약 QM3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델이었다면, 2250만~2450만원이란 가격이 이렇게 이슈가 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입차라는 점을 감안해 예상했던 가격대보다 훨씬 낮게 출시되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절대적인 가격도 경쟁력이 있었지만, 기대치에 따른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더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셈입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면서도 디젤 엔진을 갖추고, 복합연비가 18.5㎞/ℓ에 이르는 기본 사양을 따져볼 때 비교할만한 기존 국산 모델이 없다는 점도 QM3의 특징입니다. 그러다보니 국산차임에도 수입차와 비교하게 되는, 또 그러다보니 가격 경쟁력이 더 눈에 들어오는 그런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주변의 반응도 QM3의 이런 묘한 포지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산차이지만 수입차 같은 프리미엄을 갖는, 또 수입차이지만 국산차같은 경쟁력을 지닌 모델. 수입차와 국산차 수요를 모두 걸칠 수 있는 모델인 셈입니다.
르노삼성의 초반전략은 아주 효과적이고, 시장의 반응도 폭발적입니다.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르노삼성에도, 또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 자동차업계에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향후 르노삼성의 전략입니다. 초도 물량 1000대는 이미 예약이 끝난 지 오래이며, 2차 물량이 들어오려면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차량 판매에 있어 초반 분위기가 중요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이를 가장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부산공장의 국내 생산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국내생산으로 접어들면 지금까지 QM3가 갖고 있던 ‘수입차스러움’의 이점은 한편 포기해야 합니다. 수입 판매에서 국내 판매로 전환하면 또 한 번 가격 할인을 기대하는 고객의 목소리도 외면하기 힘들고요.
환율 변수도 있습니다. 국내 생산과 달리 수입차는 환율 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환율에 따라 가격을 내리는 건 가능할지몰라도, 환율 악화를 이유로 다시 가격을 올리는 건 업계 관례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 때 엔화 때문에 ‘팔수록 손해보는’ 속앓이를 하면서도 일본차업계가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마진을 최소화’한 현 QM3의 가격을 환율 상황이 악화될 시기에도 유지하려면 한층 르노삼성의 속내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많이 팔려도 웃을수만은 없을 수 있죠. 물론 다른 수입차업계도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다만 기존 르노삼성 입장에선 고민할 필요가 없던 고민이 늘어난 셈입니다.
현 가격대와 현 물량 공급 시스템으로는 QM3가 르노삼성의 주된 수익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는가, 그렇게 된다면 가격을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가, 가격을 낮춘다면 기존 고객에는 어떤 보상을 해줘야 할까. 결정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보입니다.
결정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어쨌든 이 역시 모두 QM3에 쏠린,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 덕분입니다. 르노삼성 입장에선 말 그대로 ‘즐거운 비명’이죠.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국산차(?) 모델이 나왔다는 데엔 분명 반길만한 일입니다. 이제 뜨거운 관심 속에 시작한 르노삼성의 QM3가 어떤 행보를 가게 될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