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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수면 위에선 극한 대립 · 갈등…하지만 물밑에선 ‘소통’ 노력도…
국감자리선 원수처럼 물어뜯고 치받다가도
저녁엔 폭탄주돌리며 화해 실마리 찾기
싸움만 수두룩한 정치판 명맥 잇는 비결

정무초보 박준우 靑수석 여의도 행보 눈길
서청원 의원, 여야 아우르는 소통의 대명사




수면 위의 ‘우아한 백조’가 있으려면 수면 아래엔 ‘미친 속도’의 물갈퀴질이 있어야 한다. 매일같이 언론에는 정치권에 각종 ‘갈등’만 넘쳐난다는 얘기들 일색이지만 세심히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은 늘 이어지고 있다. 갈등을 다룬 보도만을 보면 진즉 ‘끝장’이 났어야 할 정치판이, 보란 듯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물밑 ‘소통’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난 14일 오후 7시께. 청와대를 상대로 한 국회 국정감사가 길어지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회 여야 운영위원들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치고받는’ 난타전이 하루 종일 계속됐지만, 저녁 자리에서만큼은 ‘상대’를 이해하는 발언들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피흘리는 전쟁을 치른 청와대 직원들과,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던 민주당 의원들, 소방수 역할을 자임한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날 저녁 자리에서만큼은 ‘훈훈했다’고 한다.

이날 국감은 밤 11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고 새누리당 소속 최경환 국회 운영위원장이 ‘긴급 저녁자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제가 쏘겠다. 가까운 곳에 가서 한잔씩들 하시자”며 권했고 일부 야당 의원도 자리에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정파를 떠나 당일 하루 다 같이 수고한 것은 사실 아니냐. 12시간 넘게 전쟁을 치렀으니 이 정도는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폭탄주’는 어색한 여야 대표들의 ‘칸막이’를 허무는 매개로 통한다. 지난 8월 국회 본회의 일정 조율을 앞두고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 부대표와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사이 오간 폭탄주는 줄잡아 40~50잔은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회의 진행을 지켜본 한 보좌관은 “각당을 대표해서 상대 당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와야 하는 자리는 외롭기 마련이다. 아무리 잘해도 욕먹는 자리라는 공통점에다가 ‘윤-정 의원’ 모두 ‘말술’이라, 읍소와 농담과 폭탄사와 회한 등이 오가는 술좌석이 자주 있었다”고 전했다.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의 ‘여의도 행보’도 곧잘 ‘소통’의 대명사로 떠오른다. ‘정장 넥타이’ 프로토콜 권장 때문에 야당 의원들로부터 “야당 대표 드레스코드까지 지정하냐”는 핀잔을 듣긴 했지만, 30년 이상 외교관으로만 재직했던 것에 비해 정무적으론 ‘괜찮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임명 후 박 수석은 국회 의원회관의 모든 의원의 방을 일일이 찾아가 개별적으로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통의 노력이 얼마나 심했던지, 여야 의원들로부터 “사전에 약속도 하지 않고 불숙 찾아오거나, 자리에 없으면 면피용으로 명함을 두고와 흔적을 남긴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소통 행보는 지난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서청원 의원이다. 상도동계 출신인서 의원은 지난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당시 민주화는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공통으로 추구했던 ‘구심점’이었던 만큼 서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과도 막역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정대철 고문의 아들 정호준 의원은 “아버지께 ‘여당 의원 중 가장 친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서 의원이 1번이다. 아마 서 의원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이외에도 민주당 문희상 의원 등 야당 의원들에게 당선 직후 전화를 돌려 개별적으로 약속을 잡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는 ‘원내 인맥 다지기’를 벌여 국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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