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소통 잘된다” 10명중 1명도 안돼…“소통안돼 업무 피해 경험” 83%
명령만하는 상사 · 입 닫은 부하… 위기의 ‘직장不通’
“월급은 업무의 보상 아닌
인간관계 스트레스의 대가”
10명중 8명 직장내 소통 불만
이직 고민할 정도로 심각

“상사의 일방적 명령” 33%
“발언권 있어도 침묵” 27%
상사-부하 모두 불통 자초

가장 대화하기 싫은 유형은
68%가 “제할말만 하는 사람”



# 저는 20대 후반의 직장여성입니다. 우리 회사는 신생 회사로, 직원 모두 의욕이 넘칩니다. 최근 회사의 사업 확장과 함께 직원들의 업무가 다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의기투합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회사가 성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인간관계입니다. 제가 속한 팀의 팀장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은 들으려고 하지 않고 늘 자기주장만 내세웁니다. 일이 늘어났는데도 업무 지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하달됩니다.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업무 관련 질문을 해도 핀잔만 돌아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 한 포털 게시판에 올라온 어느 직장인의 고민 상담 글이다. ‘말 그대로 말이 안 통해’ 직장생활이 힘들어 죽겠단다.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또 다른 게시글에는 이른바 ‘전제군주’ 같은 직장 상사 때문에 사표를 준비 중이라는 직장인도 눈에 띈다. ‘직장 내 소통, 고민’이라는 키워드로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글만 8000여건. 너무나 흔한 대한민국 직장의 풍경이다.

‘급여는 업무의 대가가 아니라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대가다.’ 직장인 사이에서 전해지는 일종의 금언(金言)이다. 삶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관계’에서 비롯된다. 어제 다툰 애인과의 관계에서부터 소위 ‘잘나가는’ 친구와의 관계, 밤새도록 쿵쾅거리는 윗집 사람과의 관계까지 스트레스 유발하는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하물며 하루 아홉 시간, 야근이나 회식이 겹치면 길게는 열두 서너 시간을 부대껴야 하는 직장 상사ㆍ동료와의 관계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비뚤어진 관계를 바꾸는 키(Key)는 바로 ‘소통’에 있다.

헤럴드경제는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지난 14~18일 닷새 동안 20~40대 직장인 608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소통’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우리 사회의 직장 내 의사소통 환경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결과는 참담했다. 응답자의 37%가 ‘직장 안에서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소통이 이뤄지지만 만족할 만큼은 아니다’는 응답도 39.8%를 차지해 직장인 10명 중 8명 정도(총 76.8%)가 직장 내 소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소통 수준이 보통’이라는 응답은 15.3%로 집계됐고, ‘소통이 잘되는 편이다’ ‘소통이 매우 잘된다’는 응답은 각각 6.7%, 1.2%에 불과했다.

‘불통’은 결국 부메랑이 돼 만족스럽지 못한 업무 결과로 돌아왔다. 조사 대상의 83.1%는 직장 상사나 부하직원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프로젝트ㆍ업무에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그런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16.9%뿐이었다.

직장 내 의사소통의 부재는 업무 진행 방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업무ㆍ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의사소통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라는 질문에 ‘상사가 본인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ㆍ하달한다’ ‘모두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33.7%, 27.5%로 절반 이상(총 61.2%)을 차지한 것. 상사와 부하직원 서로가 ‘불통’을 자초한 셈이다.

다만 ‘업무 시에는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다’(37.3%)는 의견도 다수가 존재해 공적인 업무 시에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반대로 직장 동료와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개인적인 고민을 상사 또는 부하직원과 나누는 시간은 ‘전혀 없다(개인적인 고민을 내부 직원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위(31.7%)로 꼽혔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직장 동료와 사적인 영역에서는 교감을 거부한 것.

나머지 응답도 ‘10분 미만’(26.5%), ‘30분 미만’(24.8%)이 대다수를 차지해 직장 내에서 동료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다’(11.7%),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다’(3.8%), ‘2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다’(1.5%)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에서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직장인들은 ‘상사 및 부하직원과의 정기적인 간담회나 점심식사 등 소통의 자리’(26%)를 첫 번째로 꼽았다. 비슷한 수치로 ‘워크숍처럼 직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내 행사 다양화’(24.8%), ‘정기적인 업무 교류시간’(21.2%) 등도 순위에 올랐다. 많은 직장인이 ‘대화를 나눌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반면 ‘부장님, 과장님 등의 직책을 없애고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수평적 호칭법’(10.2%), ‘사무실 칸막이를 없애는 등 물리적인 환경 조성’(5.1%) 같은 방안은 환영받지 못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가장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은 직장 동료’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유형’(68.6%)을 지목했다. 이 밖에도 ‘본인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 듣는 유형’(10.7%), ‘대화의 주제를 갑자기 바꾸는 유형’(7.2%), ‘이야기 중에 다른 곳을 쳐다보는 유형’(7.1%) 등이 있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