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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말, 지역민원... 이번엔 대정부질문 무용론
“그게 뭐하는 거야. 때려쳐!”, ”조용히 해. 내가 말하고 있는데 왜 나서”

국무총리, 장관, 한명한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모인 여의도 국회의사장 본회의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막말이다. 방청석에 외국 대통령이 있어도, 초등학생 참관단이 있어도 아랑곳 없다.

지난 19일부터 진행 중인 대정부질문은 과거 구태를 그대로 반복했다. 서해북방한계선(NLL),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이관. 국정원 대선개입 등 정치 갈등까지 겹치며 막말의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질문만 하고 자리를 비우는 국회의원들의 불성실은 급기야 국회의장이 출석 체크까지 하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있던 지난 21일 오후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불과 40여 명에 불과했다. 동료 의원 출판 기념회 참석, 길어진 점심 등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정치 쟁점을 노린 엉뚱한 질문, 이에 대응하는 말 끊기 고성도 여전했다. “총리, 국민들한테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라는 야당의원의 정치공세 질문에 여당 의원들은 “북한으로 가라”고 유치한 야유를, 또 “법안 통과 협조 안하면 다음 선거에 심판받을 것”이라는 여당 의원의 협박에 야당 의원들은 “뭐야. 그만해”로 화답했다.

그나마 이뤄진 장관이나 국무총리 상대 정책 질의도 중간중간 엉뚱한 샛길로 빠지기 일쑤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민원 챙기기 차원의 뻔뻔한 질문도 나왔다. 총리와 장관을 불러놓고 “우리 지역에 이런 사업이 필요하니 꼭 검토하라”는 식이다.

22일 대정부질문에 나선 한 야당 의원은 질문 말미 거창하게 대통령의 공약 미 이행을 문제 삼았다. “대선 당시 대통령이 약속한 지리산 힐링거점 조성사업 중 반영된 것은 3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공약 미이행을 지적했지만, 실 내용은 자신의 지역구에 관광객을 좀 더 유치할 수 있는 시설물을 만드는데 빨리 돈을 더 달라는 것이다.

정치 공세, 지역 민원이 대부분이다 보니, 만사제쳐놓고 세종시에서 달려와 하루 종일 의자에만 앉았다 가는 장관들도 부지기수다. 의원들의 질문이 암기력 테스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총리ㆍ장관의 답변도 “알아보겠다”, “시정하겠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도 문제고, 대정부 질문 자체 시스템도 문제”라며 “사전질의서와 사전 서면답변 활성화, 교섭단체별 중복 질문 거르기, 주제별 시간 배분 등을 고려해볼 때”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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