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해외선 휴대전화 보조금 ‘시장 손’ 에 맡긴다
한국 이통시장선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텔레포니카 · T모바일 · 텔스트라
운영상 폐해 커지자 과감히 폐지

보다폰 · 버라이즌 · AT&T
데이터 수익 중심 요금제 변경

한국 정부 규제 일변도 접근 문제
구조 단순화 · 비중 낮추는 모델 시급


정부가 휴대전화 보조금을 공시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을 추진할 정도로 보조금이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도 보조금은 이통사 수익성을 좀먹고,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보조금 하나 때문에 모든 업계와 정부가 들끓을 정도는 아니다. 보조금이 고가 스마트폰 구매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지만, 운영상 폐해가 더 크다면 이를 폐지하고 신속하게 대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법안으로 보조금을 다스리려고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우리와 다른 점은 정부가 적극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사업자들이 주도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보조금이 시시각각 큰 편차로 오르내려 소비자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한 판매점이‘ 보조금 전쟁’ 문구를 내걸고 있는 모습.

▶필요보다 악이 크다면 폐지=스마트폰 출현으로 해외 통신사업자들도 가입자 빼앗기 경쟁이 격화됐다. 단말기 보조금을 남발한 끝에 글로벌 30개 통신사들은 1년 새(2011년 상반기 대비 2012년 상반기) 매출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4%에서 18%로 올라갔다. 반면 수익성(EBITDA, 법인세 이자ㆍ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은 35%에서 33%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과감하게 보조금을 폐지했다. 대신 신규 가입자에게 3~18개월로 단말기값을 할부로 나눠 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서는 단말할부가 보조금과 함께 제공돼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스페인에서는 새로운 혜택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미국 3위 통신사업자 T모바일도 보조금을 전면 없애는 대신 기존 요금제보다 15~20달러 저렴한 요금제를 신설했다. 덕분에 30%대가 무너졌던 수익성(EBITDA)을 1년 새 다시 회복했다.

호주의 텔스트라 역시 보조금을 폐지해 단말기 출고가 그대로 다 받고 있다. 대신 매월 MRO(Mobile Repayment Option)라는 보너스를 제공해 요금할인 효과가 나는 ‘역보조금’ 방식을 택했다. MRO 규모는 월 10~25달러 수준이다. 높은 요금을 낼수록 MRO 지급 규모가 커지고, 단말기값 선금을 많이 지급할수록 저렴한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다.

▶단말구매, 음성통화 중심 정책 변경=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높은 금액은 해외 통신사업자들도 부담이었다. 보조금이 지속 상승하자 영국 보다폰은 갤럭시 S3, 갤럭시 노트2, 아이폰 5 등 최신폰 3종에 대해 12개월 임대방식을 택했다. 요금제는 음성ㆍ문자 무제한과 2GB 데이터 한 종류만 출시했다. 1년 주기로 새 폰을 바꾸는 사용자들의 습성을 반영해 24개월 약정제도를 뜯어고친 셈이다.

미국 1, 2위 사업자 버라이즌과 AT&T는 보조금은 유지하면서 음성ㆍ메시지에서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제도를 전환했다. 각각 최소 월 90달러와 85달러에 음성과 메시지는 무제한, 데이터는 1GB 제공하고 추가 필요 시 회선접속료를 도입해 최대 10대 단말기까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용량 및 가격은 최소 1GB 50달러에서 최대 10GB 100달러로 구분된다. 보조금 출혈을 데이터 수익으로 채운다는 전략이다. 


▶보조금 폐지보다 수정안 도입에 무게=국내 휴대전화시장은 단말보조금, 약정 요금할인, 단말 할부까지 더해져 해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가 복잡하다. 글로벌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새로 도입한 제도들은 이미 국내 시장에 상당 부분 적용 중이다.

때문에 보조금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 이에 정부도 보조금은 기존대로 지급하되 이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제조사 등의 반발이 거세 법안 통과 후 후폭풍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미나 서유럽처럼 기존 보조금을 유지하는 대신 새로운 요금제나 유통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금을 규제 일변도로 접근하기보다 구조를 단순화시키거나 비중을 낮추는 모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