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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웠던 인기 어디에…거품 사그라든 ‘보졸레누보’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한때 예약판매만으로도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보졸레누보’가 격세지감을 실감하고 있다. 몇 년 새 인기가 급감해, 21일 전 세계적인 보졸레누보 출시일임에도 불구하고 유통가가 한산할 정도다.

이마트는 올해 보졸레누보를 단 2400병만 판매한다. 2011년에는 4800병, 지난해에는 4200병을 판매했으나 2년여 만에 절반으로 물량이 줄어들었다. 매년 예약판매도 진행했으나 올해는 예약도 받지 않는다. 매장에는 별도의 매대 설치도 없고, 와인코너 한 켠에 두는 정도다.

다른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예년에는 대형마트마다 보졸레누보 출시 사진 행사 등을 진행하며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했지만 올해는 조용하다. 편의점 업계도 올해 보졸레누보 한 병 구매시 실속가 와인 한 병을 증정하는 정도의 프로모션만 할 뿐, 별 다른 이벤트가 없다. 그나마 편의점 GS25가 ‘조르주 뒤 뵈프’ 보졸레누보를 출시하면서 퀴즈 이벤트를 하는 정도다.

매년 11월만 되면 수송전에 돌입했던 항공사의 수송량도 대폭 줄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011년 보졸레누보 수송 물량은 1359t, 지난해 1361t이었으나 올해는 1057t으로 줄었다. 대한항공이 실어나르는 이 물량은 일본과 한국에서 팔리는 것들이다.


보졸레누보의 인기가 시들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와인 대중화와 와인시장의 성숙 때문이다.

보졸레누보는 프랑스 부르고뉴 보졸레 지역에서 매년 9월 초 수확하는 포도를 4~5주 정도 숙성시킨 후 11월에 출시하는 ‘햇와인’이다. 보통 와인은 최소 6개월에서 2년여는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친다.

그러나 보졸레누보는 빠른 숙성을 위해 탄산가스를 넣고, 그 영향으로 오랜 숙성에서 볼 수 있는 탄닌도 적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보졸레누보는 ‘이벤트성 와인’이지 깊은 맛과 향을 느낄만한 와인은 아니라는게 전반적인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업계는 와인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자기 입맛에 맞고 가격대비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찾는 이들이 많아져, 굳이 화제성 와인인 보졸레누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와인이 대중화 된 것도 보졸레누보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에 영향을 줬다. 국내 와인시장은 대형마트의 판매 비중이 높은 구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는 가격대가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뛰어난 칠레나 미국 와인 등이 강세인데, 보졸레누보는 프랑스 와인이라 가격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보졸레누보는 프랑스에서도 고가 와인이 나오는 부르고뉴 지역 출신이고, 여기에 11월 셋째 목요일에 판매한다는 특성을 맞추기 위해 항공 직송까지 해야 한다. 한 와인업체 관계자는 “항공 운임 등의 부담이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어, 품질에 비해 가격대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kate01@heraldcorp.com


<대한항공 보졸레누보 수송실적>

2011년 1359t

2012년 1361t

2013년 1057t

[자료제공 =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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