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ㆍ황혜진 기자]주일 대사관에서 발견된 3ㆍ1운동과 관동대지진 피해자 명부가 지난 1995년 체결된 한ㆍ일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3ㆍ1운동 희생자 630명과 290명의 간토대지진 희생자들에 대한 일본의 배상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적극적인 보상추진에 돌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3ㆍ1 운동에 대해 정부가 배상 요구를 한 적이 없다”며 지난 1965년 한일협정 당시 3ㆍ1운동 희생자에 대한 배상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관동대지진 피해자에 대해서도 “배상이 이뤄졌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강제동원조사지원위원회)는 이와 관련된 배상 문제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역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유무상 5억달러의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제기한 ‘대일 청구 요강’에는 ▷총독부 채권 ▷조선은행 예금 ▷일본 공채 ▷미수금 보상금 등 8개 항목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특히 이중 보상금 항목에는 강제 징용피해자에 대한 보상만 언급됐을 뿐, 일본군 위안부나 원폭 피해자에 대한 배상, 사할린 동포 문제를 포함해 3ㆍ1운동이나 관동대지진 당시 피해자 문제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협정 제 2조 1항에 의해 양국이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그에대한 청구권에 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더이상의 배상 책임을 부정해왔지만, 이번에 새로 발견된 명부가 당시 협상에 활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에 대한 배상 청구권 제기는 물론 개인 차원의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관련 지난해 5월 우리 대법원은 “한ㆍ일간 재정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한ㆍ일 정부 간 협정에는 개인의 대일 청구권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려 개별 사건에 대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길을 터놓은 바 있다.
특히 2011년 헌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놓고 “한일 양국간 분쟁이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바 있어 3.1운동과 관동대지진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본과 협정 적용 여부에 대한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도 지난달 30일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강연에서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까지 해결된 것으론 볼 수 없다”고 밝혀 일본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배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걸순 교수 충북대 교수는 이에대해 “독립유공자 지정 및 강제동원자 배상은 현지조사와 각종 문서확인작업을 거친 뒤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이번 기록이 정부의 기록 중 가장 오래(1953년 작성)됐을 뿐 아니라 이름, 나이, 지역주소 등 독립유공자와 강제동원자로 인정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록까지 나와 유족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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