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피플데이터> 사회적 책임위해… ‘종합금융그룹’ 꿈 던진 구자원 회장
CP투자자 피해보상 앞당기려 ‘알짜’ LIG손보 지분 전량 매각 결정…일부선 “아들 살리기 위한 수순” 평가도
“투자자 피해보상의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다하고, 신용이 생명과도 같은 LIG손보의 계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지분매각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지난 19일 본인과 가족들이 보유 중인 LIG손보 지분 20.96% 전량을 처분한다고 선언하면서 LIG손보 임직원들에게 보낸 글이다. LIG그룹 전체 매출의 86%를 차지하는 모태기업인 LIG손보를 매각해 기업어음(CP) 투자자 보상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LIG손보는 손보업계 4위의 대형 보험사다. LIG건설 CP 사기발행 혐의가 인정돼 구속된 지 한 달 만이다.

구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은 부자(父子)가 나란히 실형을 선고 받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구 회장과 그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LIG건설 부도과정에서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로 지난 9월 1심 판결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나란히 법정구속된 상태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기업가로서의 꿈을 접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IG는 지난 2006년 건영을 인수해 건설업에 진출했지만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로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런데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앞서 2010년 발행한 사기성 기CP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법정에 서게 됐다. 구 회장 일가는 LIG건설 CP 발행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지난해부터 730억여원을 보상해 줬지만 아직도 1300억여원을 보상해야 하는 상황. 구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연내 피해 보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는데 고뇌 끝에 결심한 게 LIG손보 매각카드다. ‘한 번의 오판(?)’으로 평생 키워온 금융사업의 꿈을 접은 것이다.

그는 LIG손보 임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순리대로 흐르던 제 인생의 강물이 바다에 다다르는 마지막 길목에서 예기치 않게 결코 비켜갈 수 없는 큰 웅덩이를 만났다”며 “이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금융회사 대주주로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또 LIG건설 경영실패로 야기된 투자자 피해에 대한 책임감도 토로했다.

1300여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출 9조원의 모기업을 팔기로 한 그의 선택은 예상외였다. 동양그룹 등 비슷한 처지의 다른 기업인들에게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