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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렬한 라이브와 환상적인 영상의 시너지…영화 ‘메탈리카-스루 더 네버’
영화에 있어서 내러티브를 전가의 보도로 여긴다면 ‘메탈리카-스루 더 네버(Metallica-Through The Never)’처럼 우스꽝스러운 영화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강력한 메탈 사운드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고막을 자극하는 소음의 연속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메탈리카의 음악에 흥분해 머리를 흔들었던 추억을 간직한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추억 이상의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메탈리카-스루 더 네버’는 지난해 8월 메탈리카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캐나다 밴쿠버의 로저스 아레나(Rogers Arena)와 에드먼턴의 렉설 플레이스(Rexall Place)에서 벌인 기념공연 실황에 판타지 드라마를 가미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는 메탈리카의 공연을 돕는 로드 매니저 ‘트립(데인 드한)’이 공연장 바깥에서 겪는 기묘한 모험과 메탈리카의 라이브로 연주되는 곡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엮여 진행된다. 영화 전체를 일관하는 주제는 없지만, ‘트립’을 둘러싼 소요와 폭동 그리고 끊임없이 ‘트립’을 위협하는 말을 탄 기묘한 복장한 인물은 그 자체로 매 곡의 내용과 절묘하게 결합해 곡의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메탈리카-스루 더 네버’는 아이맥스 3D로도 개봉돼 록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았다. 아이맥스 3D는 ‘트립’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공연장 바깥 풍경보다 내부에서 벌어지는 메탈리카의 라이브에서 더 극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근거리에서 피사체로 잡혀 입체감을 주는 멤버들의 모습은 마치 무대 가까이에서 라이브를 감상하는 듯한 효과로 현장감을 더한다. 특히 수많은 관객들이 ‘떼창’을 벌이는 ‘더 메모리 리메인스(The Memory Remains)’ 장면에선 잠자코 자리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긴 어려울 것이다.


내한공연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물량공세도 볼거리다. ‘라이드 더 라이트닝(Ride the Lightning)’ 무대는 테슬라 코일을 이용한 인공 번개를, ‘웨어에버 메이 아이 롬(Where Ever May I Roam)’은 거대한 관 모양의 액정을 통해 산채로 관 속에 갇힌 사람들의 절박한 모습을 , ‘마스터 오브 퍼핏츠(Master Of Puppets)’은 무대 위로 솟아오르는 수많은 공동묘지 십자가를, ‘원(One)’은 레이저 조명과 효과음을 사용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연출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앤드 저스티스 포 올(…And Justice For All)’ 무대다. 곡이 연주되는 내내 무대에 세워졌던 10m 높이의 정의의 여신상은 곡의 종료와 함께 무너져 내리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지난 1991년에 발표된 밴드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노벰버 레인(November Rain)’ 뮤직비디오가 지금까지 전 세계 록 마니아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간지(폼 나는 느낌이나 지위 등을 일컫는 속어)’ 때문이지 내러티브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라. ‘메탈리카-스루 더 네버’는 그야말로 ‘간지’나는 장편 뮤직비디오다. 지난 8월 메탈리카의 내한 공연을 보지 못해 아쉬움을 느낀 팬들에게 이 영화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센스 없이 극장 내부의 조명이 켜지더라도 자리를 떠나지 말아야 한다.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내내 빈 공연장에서 연주곡 ‘오라이언(Orion)’의 라이브를 펼치는 메탈리카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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