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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인의 ‘불법 도박’,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이수근 탁재훈 붐 등 연예인들이 대거 불법 도박 혐의로 기소됐다. 그동안 연예인의 불법도박 적발은 간간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 양상을 보면서 대책 마련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

이번 도박건은 몇 년 전 것들도 포함돼 있지만 기존의 연예인도박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과거 연예인 도박은 해외 원정도박이 대부분이었다. 신정환과 김준호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홍콩, 마카오,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도박을 하다 외국환관리법 등의 적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축구 동호회와 같은 일상생활 공간에서 벌어졌다. 맞대기 축구베팅이라는 게 휴대폰으로 문자를 전송하는 것으로 끝난다. 도박 운영자와 1대1로 돈 내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불법도박을 하고 있구나 하는 점을 느끼기 힘들다. 조금씩 불법도박에 스며드는 것이다. 도박에 중독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은데, 이번에 적발된 연예인은 연예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불법도박에 빠졌다.

연예인도 일반인처럼 베팅을 하고 싶으면 합법적인 베팅기관을 이용하면 된다. 과천경마장과 장외발매소,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 스포츠토토 등 국가가 인정한 합법 베팅산업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은 절대 이곳을 출입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사람들의 눈에 띈다는 사실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기자는 연예인이 우울증에 걸려도 정신과를 방문하기 어려운 실정임을 감안해 정신과 의사가 연예인의 집이나 특정 장소로 왕진해서 진료하면 어떻까 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하도 답답해서 쓴 기사였다.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합법 도박장에 들어갈 때 노출이 안 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봤다. 도박은 안하는 게 좋겠지만,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합법적 루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인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강박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데, 익명성이 보장되는 휴대폰 맞대기 도박에 쉽게 빠진다. 이런 연예인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합법적 창구를 찾아야 한다며 여행을 가거나 산악자전거나 웨이크 보드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라고 조언하는 건 좋다. 하지만 이런 레저도 당사자의 여건과 취향이 맞아야 효과가 있다. 그렇지 못한 연예인에게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창구나 솔루션이 될 수 없다.

차제에 연예인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좀 더 강하게 실행시킬 필요도 있다. 운전면허증을 교부받거나 갱신할 때는 적성검사라는 것을 받는다. 청력, 시력, 알코올 중독성 등 운전적합성 여부를 판단받는다. 물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연예인들도 연예 활동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체크하는 심리상담이나 검사를 받게 해주는 게 좋다. 그래서 연예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연예인과 매니저 모두 받게 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이런 것은 관련 법이나 규정에 약간씩 언급돼 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요즘 대중문화는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콘텐츠가 지니고 있는 윤리의식도 중요하다. 연예인은 그런 점을 잘 관리해야 대중들이 심정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다. 예능인이라고 웃기기만 잘해서는 안되고, 배우도 연기만 잘해서는 안된다. 유재석이 웃기기만 잘해서 ‘국민MC’가 된 것이 아니다. 모든 연예인이 외부의 도움없이도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해내는 유재석처럼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방송콘텐츠나 가요, 영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금세 알려지는 시대다. 불법 도박을 일삼는 한국스타 이야기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연예인은 기술과 테크닉만 발전시킬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느낌이나 정신이 좋아야 된다. 불법도박으로 기소되는 스타는 해당 스타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타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대중들도 피해를 입는다. 이런 것들은 연예인과 대중이 모두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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