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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 기축통화 위상 흔들…사우디ㆍ중국 총공세…미국은 셰일혁명 반격
2013판 달러화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간 중국의 위안화와 유럽의 유로화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올해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달러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달러화의 위상의 시작과 끝은 국제 원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물가를 좌지우지하는 원유 거래의 결제수단이 달러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와 미국의 밀월관계에 금이 가면서 달러화의 패권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와일드 카드인 ‘셰일혁명’이 미국의 원유 자급률을 높이면서 중동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러화 기축 유지의 관점에서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의 중요도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셰일혁명이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절반을 차지해온 원유 무역적자를 감소시키면서 달러 신뢰도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같은 지각변동이 이미 미국의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사우디와 중국의 연타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면서도 “공격받는 달러가 실은 강력한 비장의 카드(셰일혁명)을 손에 쥐고 있는 구도로, 공수(攻守)가 쉽게 바뀌는 치열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부의 적(敵), 사우디의 반란=사우디는 최근, 건국 이래 80년간 유지해온 미국과 우호관계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미국이 35년 만에 사우디와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과 핵협상에 나서면서 제재 완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의 우방국인 시리아의 바샤드 알아사드 정권 공격을 중단한데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는 중동 이슬람의 양대 종파 중 다수파인 ‘수니파’의 맹주로서 ‘시아파’ 대국인 이란과는 오랜 숙적관계다.

미국의 변심에 사우디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에 항의하는 의미로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선출을 거부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17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분된 2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에 선출됐지만, ‘안보리가 국제 분쟁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서 이사국 자리를 거부했다. 이는 유엔 총회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또 사우디 왕자이자 22년간 주미대사를 지내고 현재 정보기관 수장으로 있는 반다르 빈 술탄은 최근 “미국은 일부러 시리아 내전에 늑장 대처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제어하지 못했고, 갈수록 이란과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사우디와 미국 관계에 ‘중대한 변화(major shift)’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은 사우디의 ‘중대한 변화’에 달러가 포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우디는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달러화 금태환 포기) 이후 금 대신 달러화 위상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사우디는 달러로 받은 원유 수출 대금의 대부분을 그대로 미국에 투자했다. 실제로 사우디의 7000억달러(약 743조원)에 달하는 대외 순자산의 대부분이 미국 국채로 운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 라디오 방송은 “긴 안목으로 사우디가 달러에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면서 “사우디가 미국 국채를 단번에 매각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지만, 조금씩 외환보유액을 분산시켜 중국과 유럽 자산에 투자를 증가시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계 원유 거래에서 달러가 사라지면,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위안화로 원유수입?=중국 위안화의 달러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원유거래에서 달러화 특권을 가장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중국은 올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수입량에서 미국을 제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유 구매자로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스 연구소(AEI)는 “산유국도 중국의 위안화 결제 요구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원유가 위안화를 진정한 국제 통화로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전제가 돼야 하지만 HSBC는 그 토대가 이르면 2017년에 마련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위안화 가치가 지난 10년간 40% 가까이 상승하고 향후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완만한 절상을 용인할 것으로 보여 준비통화로서의 위안화 국제위상에 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치권이 달러 발목=미국 밖에서 일고 있는 ‘미국 정치권의 싸움이 세계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인식도 달러 약세에 한몫하고 있다.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되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외환 보유액 중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약 62%로, 2위 유로화 24%를 크게 앞질렀만 그 비중은 2005년 67%, 2000년 71%에서 점차 축소되고 있다. 또 지난 몇 년간 국외에서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자금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약(弱)달러의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달러의 파수꾼’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지 의장인 재닛 옐런이 지명된 것도 달러의 약세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머크인베스트먼트의 악셀 머크 회장은 “고용을 중시하는 옐런 체제 하에서 달러의 미래는 약세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머크 사장은 달러의 장기적인 구매력 하락을 주목하면서 “Fed는 그동안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서 구매력 95%를 잃었으며 옐런 체제 하에서 그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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