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인비,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올해의 선수 되기까지…
“작년에 못 이룬 걸 꼭 해내고 싶어요. 그것 때문에 결혼도 미뤘는걸요, 하하.”(2013년 5월)

“오로지 ‘올해의 선수상’ 하나만 바라보고 왔는데,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놓치면 너무 억울하잖아요.”(2013년 10월)

5개월 만에 박인비(25·KB금융)는 천당과 지옥을 경험했다. 지난 5월 박인비는 시즌 3승을 거두며 생애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든든한 메인스폰서까지 얻었다. 선수로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인 듯했다. 박인비의 상승세는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 LPGA 웨그먼스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메이저 2승을 포함해 3승을 더 보태며 LPGA 무대를 ‘박인비 천하’로 만들었다. 5월 경기도 수원골프장에서 만난 박인비는 “꿈은 오직 하나다. 한국 선수가 아무도 받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을 꼭 획득하고 싶다”며 당시 경쟁자였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을 언급, “스테이시가 7승 하면 내가 8승을 해서라도 꼭 따내겠다”고 평소 조용한 성격 답지 않게 다부진 목소리로 욕심을 드러냈다. ‘올해의 선수’에 집중하기 위해 약혼자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 씨(32)와 결혼도 미뤘다며 배시시 웃었다.


하지만 좀처럼 사그라들 것같지 않던 박인비의 기세가 한여름을 기점으로 확 꺾였다. 7월 US오픈 우승 후 출전한 8개 대회서 톱10 진입은 단 한차례에 그쳤다. 남녀 통틀어 프로골프 최초의 그랜드슬램에 도전한 8월 브리티시시여자오픈에선 전세계가 지켜보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공동 42로 추락했다. 그 사이 페테르센은 US여자오픈 컷 탈락 이후 8개 대회서 3승을 포함해 연속 톱10에 오르며 매섭게 박인비를 추격했다. 다잡은 것처럼 보였던 올해의 선수가 자칫 눈앞에서 뺏길 위기에 처했다. 누구보다 강한 멘탈을 자신하는 박인비로서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반기 성적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멘탈코치인 조수경 스포츠심리학 박사를 찾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평소 대회 때만 통화를 했던 박인비는 거의 매일 조박사와 전화상담을 하며 마음을 추스렸다.

장비도 교체했다. 드라이버 샤프트 무게를 10g 낮추고 ‘컴퓨터 퍼팅'의 명성을 만들어준 손때 묻은 퍼터도 3년 만에 바꾸면서 흔들리는 스윙과 잃어버린 퍼트 감각을 찾는 데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10월 레인우드클래식에서 단독 3위에 오르며 US오픈 후 첫 톱10에 진입,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고대했던 올해의 선수까지 수상하며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골프퀸으로 등극하는 데 성공했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은 박인비.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