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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방을 점령하라” 텔레비전, 냉장고, 밥솥까지 더 치열해진 스마트홈 전쟁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늦잠을 잔 직장인 A씨는 급히 출근을 하다가 뒤늦게야 집에 전등을 그대로 켜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심지어 가스 밸브를 제대로 잠그고 나왔는지도 알쏭달쏭한 상황.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지각 후 돌아올 상사의 성난 목소리가 두렵다. A 씨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로봇 청소기에 설치된 카메라로 집 안 상황을 확인하고 가스 밸브를 잠갔다. 집안 조명을 스마트 전구로 설치한 덕에 전등도 간단히 끌 수 있었다.

스마트홈이 일상화된 세상의 모습이다. 초고속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태동한 ‘스마트홈’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초창기 기기 간 연결성 부족 등의 문제로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무선 통신기술의 발달로 새 도약기를 맞고있는 분위기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의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홈 산업 규모는 5조 4067억원이다. 4년 후인 2016년에는 18조 2526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6조164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가량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평균 30% 이상씩 시장이 고속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부터 국내 대기업까지, 스마트홈 시장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처럼 스마트홈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자 기업들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스마트홈 사업은 단일 제품의 생산을 넘어 아닌 가전, 조명, 보안 등 집안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의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기에 미리 시장을 선점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KT는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코엑스에서 3일 간 진행되는 국내 최대의 스마트홈 제품 및 기술 전시회, ‘2013 국제 스마트 홈ㆍ빌딩전’에 참가해 olleh All-IP 기반의 미래지향적인 스마트홈 기술이 적용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스마트홈 구축을 둘러싼 전자, 건축, 통신업계 사이의 신경전이다. 전자업계와 건설업계는 ‘빌트인’ 방식의 스마트홈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여러 아파트 단지에 적용된 삼성SNS의 ‘삼성 스마트홈 앱’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집안에 설치된 ‘월패드’를 통해 집안 냉ㆍ난방과 조명, 전력, 출입문, 가스 밸브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전자, 건설 계열사 간의 역량을 스마트홈에 모아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

통신업계는 ‘스마트홈폰’이나 ‘스마트 패드' 같은 단말기를 스마트홈의 중심 허브로 삼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KT가 최근 내놓은 ‘올레 스마트홈 폰 HD’와 LG유플러스의 ‘홈보이’ 등은 단말기를 구입해 설치만 하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포함된 스마트홈 기능을 제공한다. TV, 영화, 음악 같은 콘텐츠 서비스는 물론 CCTV 확인, 움직임 감지 같은 보안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통신업계는 앞으로 스마트홈폰을 이용해 가전, 조명, 전력까지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 스마트홈 시장도 활발하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반도체 업체 그린피크테크놀로지는 지난 7월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홈 기기의 상호접속에 사용되는 지그비(ZigBee) 기술을 이용한 ‘오픈 스마트 홈 프레임워크’의 영업을 시작했다. 이 외에도 LG전자는 지난 4일 ABB, 보쉬, 시스코 등의 글로벌기업들과 함께 ‘스마트홈 컨소시엄’ 공동 출범하기도 했다.

▶텔레비전, 냉장고, 밥솥, 전등까지…스마트홈 시대의 이색 가전들=스마트홈을 구축하는데 필수인 ‘스마트 가전’의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적인 가전 박람회 ‘IFA 2013’에 통신기능을 내장한 텔레비전과 냉장고, 세탁기, 오븐 등을 선보였다. 집안에 있는 모든 기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홈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반 가전제품에도 네트워크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부품이 필수적으로 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LG전자는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NFC 광파 오븐’을 내놨다. NFC 광파 오븐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하는 요리 메뉴를 선택한 후, 스마트폰을 오븐에 가져다 대면 별다른 버튼 조작 없이도 즉시 조리가 시작된다.


세탁기 역시 와이파이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 제어 및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스마트 냉장고는 안에 저장된 식료품 목록과 보관기간을 냉장고 LCD 화면과 스마트폰으로 제공해준다. 장을 보면서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식품 목록도 확인할 수도 있어 중복 구매를 방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를 허브로 하는 새로운 스마트홈 솔루션을 선보였다. 스마트TV에 위젯 형태로 설치된 스마트홈 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냉장고,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의 가전제품과 출입문 상태를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TV에 취침모드 시간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집안 조명이 꺼지고 가전제품은 저소음 상태로 바뀌는 기능도 탑재됐다. 가전제품의 청소 주기와 필터 교체 시기 등도 안내된다. 삼성 스마트폰으로는 ‘마스터 키(Master Key)’ 프로그램을 이용해 외출 시 조명, 가전기기 설정을 관리할 수 있다.

스마트홈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것은 가전제품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홈 물결을 맞아 ‘조명’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스마트 조명은 전구에 ‘블루투스’나 ‘지그비(Zigbee)’ 같은 근거리 통신기술을 적용, 다른 가전제품의 상태나 이용자의 원격조정에 따라 불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홈 사업의 일환으로 내년에 스마트전구를 본격 출시 할 예정이다.

▶“틈새시장을 찾아라” 중소ㆍ벤처기업들도 분주=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홈 시스템 구축 물결 속에서 중소ㆍ벤처기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미처 대기업이 개척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이미 구축된 스마트홈 시스템에 자사의 제품을 연동시키기 위해서다.

전통 생활가전 중소기업 중 스마트홈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것은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등 전기밥솥 업계이다. 리홈쿠첸은 올 2월 국내 최초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NFC 밥솥을 출시했다. 이 밥솥을 이용하면 밥솥에 내장된 다양한 기능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손쉽게 설정하고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에서 밥이나 찜 등 원하는 요리를 선택해 밥솥에 접촉하면 자동으로 취사가 시작되는 식이다. 또 제품의 고장상황을 자가점검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고해주기도 한다. 쿠쿠전자도 최근 NFC 기술이 접목된 신제품 ‘풀스테인리스 2.0 에코’를 출시하며 스마트 밥솥 흥행몰이 나섰다. 리홈쿠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밥솥에 와이파이(Wi-Fi)기능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중소 벤처기업 디지엔스는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홈 시장에서 그들만의 틈새시장을 찾아냈다. 디지엔스는 대기업들이 스마트홈 구축에 이용하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신호가 아니라 리모컨에 적용된 ‘적외선(IR) 신호’를 통해 쉽게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놨다.

소위 ‘만능 리모콘’ 기능을 하는 중계기와 스마트홈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기존에 사용하던 가전제품들을 켜고 끌 수 있도록 했다.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트폰과 중계기를 연결하면 집 밖에서도 집안에 있는 것처럼 에어컨이나 텔레비전을 작동시킬 수 있다. 리모컨 기능이 있는 가전제품에만 적용이 가능하며, 기기의 상태 점검 등 복합적인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통합 가전기기 제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디지엔스 관계자는 “스마트홈이 일종의 ‘대세’가 된 상황에서, 지금 바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중소ㆍ벤처기업들에게도 스마트홈 시장은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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