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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캘리포니아’에 갇힌 Fed
‘우리는 자신이 만든 장치에 갇힌 죄수들. 언제든 체크아웃 할 수 있지만 절대 떠날 수는 없는 곳. 호텔 캘리포니아.’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 ‘장치’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의 처지를 빗댄 말이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록밴드 이글스의 대표곡인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유래한 말로, ‘한번 시작하면 그만둘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호텔 캘리포니아’에 체크인 한 Fed는 올해 안에 호텔 탈출을 계획했지만 ‘올드보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Fed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출구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지만 월가 내부에서조차 양적완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적완화 부작용 급부상=12일(현지시간) 월가 거물들은 작심한 듯 Fed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세계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최근 미국 증권금융산업시장협회(SIFMA) 연례 회의에 참석해 “양적완화는 1% 부유층에게만 혜택 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주가 상승으로 인한 자산효과가 소비를 자극하는 실물경제로 이어지는 플러스 효과 없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리오가 금융위기 직후 Fed의 대범한 금융완화를 높이 평가해온 인물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조기 축소설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 역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을 떠나 보내면서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핑크는 “Fed가 지나치게 비대해져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는 위기감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내년 1월 퇴임한다.

Fed의 막대한 양적완화 규모도 지적됐다. Fed는 지난 5년 간 기축통화 발행국의 지위를 이용해 4조 달러에 육박하는 돈을 찍어댔다. 글로벌 주요 4개 은행의 총자산이 10월 말 현재 9조 8458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40% 이상을 차지한다.

▶출구전략 시기상조=하지만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는 아직 팽팽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7~8일 국제통화기금(IMF)가 주최한 자크 폴락 연례 컨퍼런스에서 “이제 정책 입안자들은 고실업이 아닌 그리스식 재정악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자국 통화를 발행하는 국가에서 그리스식 위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이미 ‘미국판 잃어버린 10년’의 절반을 그럭저럭 잘 지나고 있다”면서 경기부양 지속을 주장했다.

또 Fed 소속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이날 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경제의 활력이 아예 떨어졌다”며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섣불리 테이퍼링에 나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이코노미스트들은 “(금융)위기와 그 여파는 미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준 나머지 미국 경제가 전력투구해도 금융위기가 없었던 시절의 성장 속도로 갔을 때보다 7% 적은 생산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상품ㆍ서비스에서 연간 1조달러 덜 생산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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