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3시간 대기ㆍ10분 쇼핑도 불사”…H&M 콜라보레이션이 뭐기에
14일 아침 7시 명동 눈스퀘어 앞에 400여명의 사람이 줄을 섰다. 전날 오전 9시부터 대기한 사람을 비롯해 12시간 이상을 기다리며 날을 새운 사람도 많았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두꺼운 코트, 패딩을 잔뜩 껴입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기 위해 박스ㆍ돗자리가 총 동원됐다. 5시에 도착한 사람들은 너무 늦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모두 H&M과 이자벨 마랑의 협업 컬렉션(ISABEL MARANT POUR H&M)을 구매하기 위해 모인 사람이다.

스웨덴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H&M의 명품 컬래버레이션(협업)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올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이다. 이자벨 마랑은 1995년 첫 컬렉션을 선보인 뒤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랑스 디자이너다. 자연스럽지만 트렌디하고 여성스러운 디자인으로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꼽힌다. 한국인 취향과도 잘 어울려 수많은 ‘마랑 스타일’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작년 H&M-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컬래버레이션 때보다 올핸 그 열기가 더 뜨거웠다. 11월 초 컬래버레이션 제품과 가격이 공개되자 SNS와 블로그, 인터넷 카페에서는 대신 줄 서도록 심부름센터를 고용했다는 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해외 매장에 구매대행을 신청하는 글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지난 12일 명동 눈스퀘어에서 열린 H&M 이자벨마랑 콜라보레이션 프리 쇼핑 행사때 참석한 소녀시대 수영. [사진=H&M코리아 제공]
지난 12일 명동 눈스퀘어에서 열린 H&M 이자벨마랑 콜라보레이션 프리 쇼핑 행사때 참석한 모델 이유와 딸. [사진=H&M코리아 제공]

▶날 새우고, 줄 서서 구매하는 H&M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이번 H&M-이자벨 마랑 컬래버레이션은 14일 오전 8시부터 일부 매장에서 오프라인 동시판매를 시작했다. 전 세계 250개 매장이 참여하지만 한국에서는 5개 매장에서 진행했다. 전년보다 1개 매장이 늘었다. 서울 명동 눈스퀘어점, 압구정점, 신세계 인천점, 신세계 충청점,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구매 가능했다. 판매 방식은 선착순 그룹제다. 30명씩 그룹을 묶어 색상이 다른 입장 팔찌를 나눠주고, 순서에 따라 디자이너 컬렉션 구역에서 쇼핑한다. 그룹별 쇼핑시간은 10분, 그룹 사이 간격은 5분이다. 구매금액엔 제한이 없지만 팬츠, 스커트, 벨트, 신발 등 아이템별로 1개씩만 살 수 있다. 매장별로 물량의 차이가 약간씩은 있지만 모든 매장은 전 품목을 다 갖추고 있다.

H&M코리아 측은 각 매장에 14개 색상의 입장 팔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총 420명 분량으로, 예정대로라면 11시30분경에 그룹 쇼핑이 끝난다. 즉, 매장 앞에 줄을 설 때 선착순 420명 안에 들지 못하면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구매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420명 안에 든다고 해서 무조건 구매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일부 키 아이템은 그것보다도 빨리 소진됐다. 올해도 선두 그룹에서만 인기 아이템인 니트, 재킷, 코트류를 구매할 수 있었다. 전년에는 2시간30분 만에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이 매진됐다. 

지난 12일 명동 눈스퀘어에서 열린 H&M 이자벨마랑 콜라보레이션 프리 쇼핑 행사때 참석한 2AM 임슬옹. [사진=H&M코리아 제공]
지난 12일 명동 눈스퀘어에서 열린 H&M 이자벨마랑 콜라보레이션 프리 쇼핑 행사때 참석한 배우 김민준. [사진=H&M코리아 제공]
지난 12일 명동 눈스퀘어에서 열린 H&M 이자벨마랑 콜라보레이션 프리 쇼핑 행사때 참석한 션 & 정혜영 부부 . [사진=H&M코리아 제공]


▶ “내가 제일 잘나가” H&M 컬래버레이션=같은 SPA 브랜드인 스페인의 자라(ZARA)는 다양하고 빠른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을 무기로, 일본의 유니클로는 같은 디자인을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한다. H&M은 상대적으로 제품 사이클이 늦고, 후발주자로 시장 장악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명품 컬래버레이션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게 됐다. 칼 라거펠트를 시작으로 스텔라 매카트니, 빅터 & 롤프, 콤데 가르송, 지미추, 베르사체, 로베르토 카발리, 마르니,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SPA 브랜드지만 스타일리시하고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이제 H&M과 작업하지 않으면 톱 디자이너 반열에 들지 못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간호섭 홍익대 교수는 “영화 흥행에 톱스타가 큰 영향을 미치듯이, 패션업계도 키 팩터가 필요하다”며 “H&M의 명품 컬래버레이션은 상업성과 대중성 그리고 고급 디자이너가 절묘하게 접목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지난 12일 명동 눈스퀘어에서 열린 H&M 이자벨마랑 콜라보레이션 프리 쇼핑 행사때 참석한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사진=H&M코리아 제공]
H&M-이자벨마랑 컬라보레이션 매장 전경
[사진제공=H&M코리아]

사실 컬래버레이션은 패션업계의 트렌드지만 모든 컬래버레이션이 파격적인 매출을 담보하진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판매가 부진한 경우도 많다. 초기 론칭 땐 주목받지만 이내 잊혀지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았는데도 판매는 신통치 않아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며 “매년 몇백 명이 운집해 줄을 서서 구매하는 H&M의 경우는 대단히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지난 12일 명동 눈스퀘어에서 열린 프리 쇼핑 행사 땐 연예인과 톱 모델이 대거 등장해 이자벨 마랑과 H&M 컬래버레이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소녀시대 수영, 션 & 정혜영 커플, 변정수, 차예련,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모델 강소영, 강승현 등이 참석해 컬렉션을 멋지게 소화했다. 모델 이유는 딸과 함께 등장해 틴에이저 컬렉션도 함께 선보였다. 김민준, 임슬옹, 톱 모델 김원중, 안재현 등이 이자벨 마랑의 첫 남성 컬렉션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2일 명동 눈스퀘어에서 열린 H&M 이자벨마랑 콜라보레이션 프리 쇼핑 행사때 참석한 모델 강소영. [사진=H&M코리아 제공]
지난 12일 명동 눈스퀘어에서 열린 H&M 이자벨마랑 콜라보레이션 프리 쇼핑 행사때 참석한 모델 강승현. [사진=H&M코리아 제공]

초겨울 날씨에도 사람들을 밤새 줄 서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명품 디자이너의 제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제품일 경우, 구매욕구는 더 커진다. 일종의 팬덤 현상과 비슷하다. 간호섭 교수는 “컬래버레이션 제품과 원 디자이너의 제품이 같다고 보긴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SPA에서 제작해 가격이 낮은 것이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H&M입장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정상급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을,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값에 상품을 제공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평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14일 오전 서울 명동 H&M 눈스퀘어점매장에서 H&M과 프랑스디자이너 브랜드 이자벨마랑의 협업 컬렉션 '이자벨마랑 콜라보레이션'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 500여명이 새벽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번 컬렉션은 전세계 250 매장에서 동시 판매된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