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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28억원에 낙찰된 베이컨 그림..기괴한데 왜 그토록 비싼걸까?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한 영국 표현주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1909∼1992)의 그림은 왜 그토록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걸까? 기괴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화인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은 미술 경매에 나왔다 하면 늘 추정가를 훌쩍 상회하며 열띤 경합을 벌인다.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예도 빈번하다.

12일(현지시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열린 동시대미술품 경매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의 회화가 또다시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가지 연구’(Three Studies of Lucian Freud)라는 타이틀의 베이컨의 그림은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240만달러(수수료포함 금액, 한화 약 1528억원)에 낙찰돼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지금까지 경매에서 기록된 최고액은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의 대표작 ‘절규’(The Scream·1895년작)가 기록한 1억1990만달러. 베이컨의 작품은 이보다 약 2000만달러를 상회하며 최고가를 가뿐히 갈아치웠다. 물론 경매가 아닌 미술품 거래에서는 프랑스 화가 폴 세잔(1839~1906)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이 지난 2011년 2억5900만달러에 카타르왕실에 팔린 것이 최고액으로 알려져 있다. 당분간 이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적인 거래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공식적인 미술품 유통채널인 경매에서의 기록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이번 작품은 경매에서 시작가 8000만달러로 출발해 뜨거운 경합 끝에 6분 만에 종전 최고가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으로 낙찰됐디. 작품은 뉴욕에 있는 아쿠아벨라 갤러리가 낙찰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갤러리는 ‘큰 손’ 고객을 대신해 그림을 낙찰받았을 것이 확실시된다. 경매사들은 원칙적으로 낙찰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 게 관례다.
베이컨의 또다른 작품인 ‘트립틱(triptych:삼면화, 1978년작)’은 지난 2008년 소더비 경매에서 8628만1000달러(약 906억원)에 팔리며 당시에도 전후(戰後) 현대미술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세 폭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크기는 198×147.5㎝로 첼시 구단주이자 러시아 석유재벌인 아브라모비치가 낙찰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베이컨의 작품이 왜 번번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프란시스 베이컨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표현주의 거장으로 현대인의 이중적인 면모를 더할나위 없이 강렬하고도 독특하게 표현한 것이 높은 평가를 불러일으키는 첫번째 요인이다.
다음으로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은 석점이 한점으로 이뤄진 예가 많아, 단일 작품에 비해 현저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베이컨 또한 단독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나, 경매시장에서 항상 뜨거운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석점짜리 연작작품이다.

이번에 최고가를 또다시 갈아치운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가지 연구’ 또한 석점이 총 한점으로 이뤄진 연작이다. 베이컨이 그의 친구이자 동료화가인 프로이트(정신분석학자 지그몬트 프로이드의 손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세가지 시점에서 그린 작품인 것. 성당의 제단을 장식하는 삼면화(triptych)처럼 이뤄진 이 세폭짜리 작품의 제작연대는 1969년. 석점의 그림들은 한동안 제각기 다른 소장자들 손에 들어가 있다가 이번에 합쳐져 경매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각기 떨어져 있을 때보다 석점의 그림이 한점으로 모여짐에 따라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 셈이다.

다음으로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손에 넣으려는 미술관과 컬렉터는 많은데 비해 작품수자가 적은 것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요인이다. 베이컨은 피카소, 앤디 워홀 등에 비해 대중에게는 덜 알려져 있으나 전세계 미술애호가들 사이에는 그 뛰어난 작품성과 예술세계를 인정받는 작가이다. 게다가 피카소, 워홀과는 달리 전해지는 회화의 수자가 적은 것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요인이다.

크리스티측은 “이번의 베이컨 작품은 경매에 처음 나온 것으로, 20세기 표현주의 회화의 두 거장의 창조적이고 감정적인 연대감을 잘 보여주는 걸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매에서는 미국의 유명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58)의 대형 스테인리스스틸 조각 ‘풍선 강아지’(Balloon Dog)가 5840만달러(626억원)에 팔리며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금액은 생존작가 작품 경매가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원색의 풍선을 꼬아 만든 듯한 제프 쿤스의 ‘풍선 강아지’는 빨강 노랑 등 모두 5가지 색상으로 제작됐는데 이번에 낙찰된 것은 오렌지색이다.

이날 경매에서는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3)’(Coca-Cola(3))가 5720만달러, 마크 로스코의 ‘무제 11번’(Untitled(No.11))이 4600만 달러, 윌리엄 드 쿠닝의 ‘무제 8’(Untitled VIII)가 3200만달러에 낙찰되는 등 전반적으로 성황을 이뤘다. 이로써 낙찰총액은 총 6억9150만달러에 달하며 미술시장이 완전한 활황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입증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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