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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복지정책, 큰 그림은 있나…
노인복지 정책의 물줄기를 바꿀 기초연금 도입이 추진되는 와중에 도시철도 무임승차 대상을 65세 이상에서 70세로 높여달라는 요구가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의 8개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적자 누적의 주범으로 노인 무임승차를 지목하면서 대상 축소가 힘들면 중앙정부가 적자분을 보전해 달라고 건의했기 때문이다.

여론은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고령화 심화와 이들 공기업의 재정난 등을 감안할 때 무임승차 대상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방만 경영으로 인한 손실을 전가하기 위해 노인 무임승차를 축소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 부닥친다. 어느 쪽 논거가 타당한지 따지기에 앞서 떠오르는 궁금증은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12조7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기초연금안을 내놓으면서 과연 주요 노인복지 정책 중 하나인 무임승차 제도 개선을 연계 검토했을까 하는 점이다.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기초연금안을 마련할 때 노인 복지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하고, 재정 부담을 어느 수준까지 짊어질지 다각도로 검토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하철 요금 면제도 지방 공기업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기초연금과 연계해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감면 축소 여부를 따져 보는 게 맞다.

노인에 대한 전철요금 감면은 1980년대 초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버스와 함께 시행됐다. 버스요금 감면은 1996년 노인교통수당이 도입되면서 폐지됐다. 노인교통수당은 2009년 기초노령연금이 확대되면서 없어졌지만 지하철 무임승차는 계속되고 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 입장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10만~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도입에 맞춰 지하철 요금 감면제도 축소를 공론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전국 지하철에서 무임승차로 감면해준 운임이 연 4100억여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방 공기업이라지만 이들 기업이 자금난에 빠지면 결국 정부가 구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에서 제시된 지원 기준 70세 상향도 눈에 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10년 11%에서 2017년 14%, 2026년에는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행대로라면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의 건강이 좋아진 것도 지원 연령 상향의 이유로 꼽힌다.

이런 요소는 기존의 기초노령연금보다 최대 10만원까지 더 주는 기초연금을 도입할 때도 진지하게 따져볼 사안이다. 복지와 국가 재정의 건전성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 공약이라는 성역 때문에 ‘감히’ 이를 검토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라도 기초연금 지급 연령의 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하철망이 전국적으로 잘 구비돼 있는 우리 상황에서 노인들의 지하철 요금 면제는 비용 대비 만족도가 꽤 높은 복지다. 현실적으로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축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부는 복지의 큰 비전을 설계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취사선택해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공약 이행보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지속가능한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게 제대로 된 정부다. 

박승윤 (경제부장)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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