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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문학나눔사업/이해준 문화부장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자유의 표상인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묘비명이다. 그의 묘지<사진>는 크레타섬의 관문, 이라클리온 성벽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스 정교회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사후 그의 시신이 이라클리온으로 들어오는 것을 불허해 성벽 위에 묘지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시대가 갈수록 빛을 발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아테네에서 페리로 9시간 걸리는 크레타섬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900년대 초~중반, 전체주의와 국가주의의 광기가 휩쓸던 당시 그는 국가나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며, 자유를 노래했다. 그는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자유의 화신 조르바를 이렇게 묘사한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母胎)의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자유로와야 사물과 현상의 본질,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명문장이다. 자유는 문학이 피어나는 토양이며, 자유를 잃으면 문학의 생명력은 사라져버린다.

최근 정부가 문학나눔사업과 우수학술ㆍ교양도서 선정사업을 통합하기로 하면서 문학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문인들은 문학나눔사업은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민간에 운영을 맡겨왔으나 이를 공공기관사업으로 통합할 경우 “문학인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문학은 때로는 당대 권력자에게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그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문학과 예술의 자유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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