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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부품 위조 공화국’ 오명써도 할 말없는 한국
한국은 이제 ‘부품 위조 공화국’이라는 오명(汚名)을 써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원자력발전소에 시험성적이 조작된 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들통나는 바람에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그 여파로 온 나라가 분노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군 무기와 장비에도 똑같은 비리가 드러났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군 무기와 장비까지 엉터리 부품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3년간 납품된 군수품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34개 업체 125개 부품의 공인시험성적서가 위조되거나 변조됐다고 한다. 자칫 치명적인 국가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시험성적 조작 사례를 보면 이런 무기와 장비로 유사시 어떻게 적과 맞설 수 있을지 불안하고 두렵다. 전차를 구조하고 정비하는 구난전차에는 무려 73건의 주요 부품 성적이 조작됐다. 일반 보병장갑차는 공기정화장치와 인장강도가, 육군의 주력 장비인 K-9자주포에는 차량걸쇠와 절연판이 엉터리 부품이다. 더욱이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며 자랑해 온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도 버젓이 가짜 성적서가 들어갔다니 민망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 밖에도 망원경ㆍ운동화ㆍ전투복 등도 시험성적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한다. 관련자는 엄중 문책하고, 현대로템 두산DST 삼성테크원 등 최종 납품업체 역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런 엉터리 무기와 장비가 난무하는 데도 정작 군당국의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이번 파문에 대해 “시험성적이 조작된 품목은 주요 부품이 아니어서 무기 성능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니 어이가 없다. 나사 하나라도 잘못되면 헬기가 추락하고 전차가 멈춘다는 것을 군당국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툭하면 군납 비리가 터지고, 무기 불량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안이한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원전과 군 장비만이 아닐 것이다. 얼마전에는 고속열차의 진동을 흡수하는 레일패드 등의 부품 성적이 변조된 것으로 밝혀져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다면 항공, 통신, 전기, 가스 등 다른 핵심 국가 기간시설이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 사용한 부품은 제대로 된 것인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모든 국민은 언제 어디서든 안전을 위협받아선 안된다. 치밀한 부품안전 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빈틈없이 이행한 뒤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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