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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스님과 스키
“사람들은 스키 타러 간다 하면 놀러 가는 걸로 생각하거든. 우리는 스키를 타러 가는 것이지, 놀러 간 것은 결코 아닙니다. 자세가 다릅니다. 농사를 짓는 것도 수확도 목적이지만 농사를 통해서 내 마음을 닦는 것이고 스키도 마찬가지라.”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은 스키마니아다. 일본에서 태어난 스님은 어린 시절 대나무발 스키를 처음 배웠다. 그 맛을 잊지 못해 나이 예순하나에 타기 시작한 게 여든이 넘은 지금은 훨훨 난다. 지유 스님은 겨울이 오면 용평에서 살다시피 한다. 그를 따르는 스키 무리(?)가 20여명에 이른다. 장삼 자락 휘날리며 스님스키단이 활강하는 모습이 속인에게는 홍콩 누아르나 할리우드 액션영화를 연상시키지만 지유 스님에게 스키는 야외 수업이자 마음 수행이다. 스님은 평소 출가 수행자들에게 건강관리를 잘해야 수행도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농구 실력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프로급이다. 길거리표 3인조 농구 출신이지만 ‘불교계 현주엽’으로 불릴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자승 스님이 관악산 연주암 주지로 있을 때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한판 붙은 적이 있다. 스포츠라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정 의원과 골밑 몸싸움이 치열했다. 자승 스님은 어떤 자리에서, 정 의원의 하체가 단단한 게 뚫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평가했다. 본인 실력도 무르지는 않다는 얘기다.

스포츠가 엔터테인먼트가 된 요즘, 스님들은 대놓고 스포츠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축구는 다르다. 해인사는 전용 잔디구장까지 갖추고 선방 스님과 종무 스님들이 매년 접전을 벌인다. 강원에서는 공부하고 운동하는 게 모두 수행이다. 지유 스님 말대로 스키는 스키이고, 축구는 축구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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