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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X 파일]딱 종이 한장 차이…착한 보조금과 나쁜 보조금 사이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얼마전 ‘규제 없는 알뜰폰 보조금 펑펑…99만원 갤노트2가 2만원’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법망을 피해 스마트폰 보조금을 남발함으로써 시장 가격이 왜곡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지난 주말까지 전화와 메일이 쇄도했습니다. 기사 사례로 언급된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가르쳐달라는 문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사 상의 한 알뜰폰 상위 사업자의 온라인 가입센터는 출고가 99만원인 갤럭시 노트2를 실구매가 17만6400원에 팔았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개통 후 가입자에게 현금 15만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단돈 2만6400원에 100만원 가까이 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비싼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 사이트에만 쏠렸습니다.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한다는 사람이 단체로 대량 구매한다고 하자 ‘36개월간 할부에 초기 3개월 이상 높은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는 조건’에 대해 설명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저 ‘싸게 살 수 있으면 그게 좋은 것’이라며 인터넷 주소를 간곡히 부탁하자 결국 주소를 알려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사를 쓴 입장에서 되레 업체 좋은 일만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지인으로부터 제보성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이폰 5s 16GB 실버 제품을 13만원 할인만 받고 개통했는데 일주일 뒤 같은 통신사 대리점에서 같은 제품에 대해 현금 15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행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인은 ‘세상에 이런 나쁜 경우가 어디 있냐’며 기사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스마트폰 보조금인데 어떤 사람한테는 ‘좋은 것’이고 다른 사람한테는 ‘나쁜 경우’가 됐습니다. 내가 받으면 착한 보조금이 되고, 남이 받으면 나쁜 보조금이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간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받든지 남이 받든지 24개월, 30개월, 36개월 등 할부조건이 따르고 6만~7만원 수준의 높은 요금제에 각종 부가서비스 이용 등의 조건이 붙는다는 점입니다. 중간에 스마트폰을 바꾸거나 통신사를 이동하면 위약금을 내야 합니다. 사업자들이 개통 후 주는 현금도 이런 위약금을 대신 물어주는 것에 지나지 않아 소비자로서는 싸게 사도 ‘본전’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문제로 언론은 지난 달부터 지속적으로 과잉 보조금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보조금 조사를 실시해 제재를 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사 댓글 속 독자들은 여전히 콧방귀만 뀝니다. 그러면서 오늘도 각종 온라인 사이트를 넘나들며 버스폰, 공짜폰을 찾아 나섭니다.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착한 보조금일까요 나쁜 보조금일까요. 수요는 많고 공급은 한정됐다는 점에서 착한 보조금일 확률은 낮아 보입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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