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방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3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ㆍ러 간 실질 협력방안과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과 평화 등에 관해 심도있는 협의가 있을 전망이다. 양국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회의 기간에 만나 첫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번이 구면이라 회담 분위기가 한결 화기애애할 것이고 결과 또한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역할이다. 최근 6자회담이 조율 중이어서 러시아의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 일변도인 북한의 대외의존도를 러시아로 분산하는 데 우리가 일정 역할을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즉 대륙을 통해 유럽을 공략하고 북한의 개방개혁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면 한다.

이번 한ㆍ러 정상회담은 강대국 외교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두 번째 만나게 되는 박 대통령은 이로써 취임 첫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도 각각 2차례 정상회담을 기록하게 된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는 이미 3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주요국 정상과 전화로 소통이 가능할 만큼 친숙해졌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비롯해 동남아ㆍ서유럽 등지에서 실리외교를 활발히 펼친 결과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에서 옥에 티라면 바로 일본과의 관계다. 다자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만났지만 지극히 사무적 수준에 머물렀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우리 외교에 있어 일본은 외딴 섬일 뿐이다. 위안부, 역사왜곡, 신사참배 등 과거사에 대한 망각과 망언도 모자라 독도 영유권으로 갈등을 더 조장하고 군사적 재무장을 획책한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 일원으로 일본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양국 관계는 비정상이다. 더구나 대북공조와 경제협력의 긴밀도를 보더라도 이런 식은 곤란하다. 박 대통령도 지난 8일 한ㆍ유럽연합(EU) 정상회담 뒤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언급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주말 방송에서 한국식 요리를 먹으며 막걸리를 마시는 등 입맛만큼은 친한(親韓) 정서를 보여주었다. 의도적인 접근도 필요하면 해야 하는 것이 곧 실리외교의 기본이다. 균형과 조화를 갖춘 4강외교 복원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