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은밀히 훔쳐 보고자 하는 인간의 관음증적 욕망을 회화를 통해 표현해온 작가 이호련이 오는 11월 1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호련의 네 번째 개인전으로, 신작인 ‘Blurred Image’와 ‘Fade Image’연작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이호련은 그간 ‘overlapping image’라는 타이틀 아래 여성의 겹쳐진 스커트자락과 그 아래 움직이는 여성의 동작을 여러 겹의 레이저로 오버랩시킨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신작 역시 관음증적 시선을 다루고 있는 것과, 사진을 닮은 화풍을 견지하고 있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작가는 ‘본다’는 명제에 매료돼 작업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에게 사진과 회화는 ‘본다’라는 행위인 시각체계를 드러냄에 있어 동일한 선상에 서 있다. 그가 대학(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지난 2011년 영국으로 건너가 LCC(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호련은 ”전공을 바꾼 것이라기 보다, 회화작업을 좀더 심화시키기 위해 사진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 선보이는 연작 ‘Blurred Image(흐릿한 이미지)’는 보이는 자의 노출하려는 행위를 표현한다. 또다른 연작인 ‘Fade Image’는 보는 자의 관음적인 시선을 보다 흐릿하게 표현한 시리즈다.
즉 이전 작업이 ‘본다’는 행위에 내재된, ‘보는 자와 보이는 자’를 한 화면에 담았다면, 신작은 이 둘을 분리해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Blurred Image’는 보이는 자의 노출하려는 행위를, ‘Fade Image’는 보는 자의 관음적인 시선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박순영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이호련의 작업은 사진적 시각의 전형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는 대상의 원근법적인 재현이고, 다른 하나는 단편적인 화면구성이다. 여기에 덧대 순간적으로 포착된 단편들을 중첩시켜 운동성을 드러냈고, 나아가 흐릿함으로 관음적 시선과 물신주의를 아우르는 욕망을 시각화했다. 작가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전달하기 위해 회화 매체를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02)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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