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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 우는 골프장 회원들 ‘어찌하오리까’

2013년 겨울, 골프장 회원들이 두 번 우는 계절이다. 회원권의 가치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한 골프장이 회원들에게 입회금의 17%만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승인을 받으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하루 아침에 80% 이상의 투자금을 날린 회원들이나 회생절차가 개시된 다른 골프장의 회원들, 나아가 일반 골프장 회원들까지 충격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맥경화’ 회원권 시장, 계속되는 회원가 추락=회원권거래소의 한 애널리스트는 “유통시장이 동맥경화증에 걸렸다”는 말로 회원권시장의 답답한 현주소를 비유했다.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회원가의 하락세가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시장에 핵폭풍을 몰고 왔던 리먼사태 이후 벌써 6년째다. 2008년 3월까지는 회원권을 사면 가격이 올라갔지만 2008년 4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급기야 회원가가 분양가를 밑도는 상황이 됐다.

전체 골프 회원권 값은 2008년 4월 평균 3억1705억원의 최고점에 달한 후 지난 9월에는 평균 1억 2378억원으로 61.0% 폭락했다. 8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회원권 골프장도 2008년 4월 13개에서 지난 9월에는 1개로 급감했다. 반면 6000만원 미만의 초저가 회원권 수는 2008년 18개에서 지난 9월에는 39개로 급증했다.

회원권 수요가 접대·투기 위주에서 개인·이용가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초고가 회원가의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회원권의 투자가치가 사라진 데다 회원제 골프장들의 입회금 반환 문제 등이 겹치면서 회원권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17%만 받거나 다 날리거나=회원들이 입회금을 모두 날리는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시공사에 채무를 갚지 못해 공매가 진행된 경기도 포천의 가산노블리제CC는 최근 시공사인 유진기업의 종속회사로 넘어갔다. 유진기업은 5일 유진로텍이 가산노블리제CC를 629억원 규모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한때 회원권 가격이 7억5000만원까지 올라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이 골프장은 재정난을 겪자 회원들이 입회금을 출자전환해 주주 대중제로 바꾸고 회생안을 마련했다. 전무후무한 일이어서 다른 부실 골프장과 회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대중제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회원권이 소멸됐지만 500여명의 회원(주주)들은 힘을 합쳐 자구노력을 폈다. 하지만 결국 공매처분되면서 회원들은 입회금을 모두 날리고 빈손으로 남게 됐다. 회원제 골프장이었다면 ‘체육시설 및 이용에 관한 법률(체시법)’ 27조에 따라 인수회사가 회원의 권리를 승계할 의무가 있지만 대중제는 승계할 회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골프클럽Q안성이 내놓은 ‘17% 변제’ 회생계획안이 지난 9월 수원지법의 인가를 받아 충격을 줬다. ‘체시법‘이 적용되지 않은 첫 사례여서 이 역시 향후 진행 상황에 뜨거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 스크린골프 업체에 골프장을 넘기고 인수대금 600억여원을 받아 채무를 갚는 것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에는 회원권의 원금 및 개시 전 이자의 17%만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인회원의 경우 적게는 2억6000만원, 법인회원의 경우 15억원에 이르는 회원권 가치가 4400만~2억5500만원으로 떨어졌다.

회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지난달 8일 항고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방준하 비대위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다. 골프장 사업주 입장에선 보증채무를 만들어 회사를 부도내고 다시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골프장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회원권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앞선 두 사례가 잇따라 터지면서 골프장 회원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 본부장은 “지난 수십 년간 한 번도 입회금 반환 고민 없이 살았던 골프장 사업주와 회원들이 이젠 채무-채권 관계로만 남았다”며 “하지만 이 시점에서 회원권 투매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회원권을 투자시장의 한 축으로 봤을 때 부동산 등 여타의 투자 대안이 있는가 하는 문제에 맞닥뜨린다. 또 회원권은 투자뿐 아니라 시설이용권도 포함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조금 더 길게 보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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