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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민상식> 부끄러운 파독 한인 초청사기
“이번 사건은 얼마 남지 않는 저희들의 생애에 결코 잊혀질 수 없는 나쁜 기억입니다.”1965년 스물여섯에 독일로 떠나 3년간 광부로 일하다 외국에 정착한 A(73) 씨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보낸 편지에 적힌 내용이다.

A 씨 등 파독(派獨) 한인 237명은 최근 수십년 만에 고국에 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재외동포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 ‘정수코리아’가 파독 50주년을 맞아 최근 파독 광부ㆍ간호사 등 237명을 국내로 초청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애초 이 단체 측은 왕복 항공비를 제외한 경비를 모두 책임지기로 하고 이들을 7박8일 일정으로 초대했지만, 파독 근로자들이 지난달 22~23일 국내에 입국한 뒤에야 약속된 행사와 숙박 제공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수코리아가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해, 수십년 만에 고국에 온 파독 광부ㆍ간호사들이 오갈 데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다.

이후 경찰이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고 김문희(66) 정수코리아 회장의 사기 의혹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동시에 파독 한인이 묵기로 했던 호텔 측도 이들에게 숙박을 제공키로 긴급 결정하는 등 후속 조치가 뒤따랐다.

겉으로 볼 때에는 무난하게 일을 마무리한 분위기이지만, 고국을 철석같이 믿었던 이들 파독 한인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것만은 피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그립지만 고령이 된 지금 이들은 거의 대부분 연금에 의존해 생활이 넉넉지 못한다. 고국에 오고 싶어도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파독 한인들의 심리를 노리고 이들을 상대로 사기성 행사를 한 것은 대한민국은 물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또 박정희ㆍ육영수 전 대통령 부부의 이름 글자를 딴 ‘정수장학회’와 관련 있는 양 사기 친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을 잘 새겨야 한다.

국민은 고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파독 한인들의 헌신을 되새기고, 또다시 파독 근로자에 대한 사기 행각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은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더불어 이번 사태를 유발한 정수코리아에 대한 수사도 철저하게 해 다시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민에게 불쾌한 기억을 남기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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