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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로 옮겨붙은 한일 관계) 재계 “과거사도 중요하지만 한일투자 지속과 미래 윈-윈도 중요”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최근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일본에서 열린 오사카상품전에 참석한 한 일본 기업인은 “한ㆍ일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일 뿐이고, 양국 산업계는 투자나 무역 등에서 적극 협력해야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과 경제(산업)는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여태까지의 일본 기업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일본 기업인들의 한ㆍ일관계 정경분리 원칙 인식은 우리 법원의 징용배상금 판결로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 미쓰비시, 신일본제철 등 한국과 협력하고 있는 오랜 역사의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징용문제와 결부돼 있어, 배상금 문제에 관한한 위기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의 전경련 격인 게이단롄을 비롯해 일본상공회의소, 일본경제동우회, 일한경제협회 등 4단체는 징용배상금 판결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부 기업에 한정돼 있지만, 이같은 반한(反韓)감정이 일본 기업에 확산될 수 있어 보인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이럴 경우 한국와 일본의 산업계 간 협력은 위축되고, 양국의 경제 파트너십은 급격히 훼손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 재계 역시 신중함을 견지하면서도 양국 재계가 돌이킬 수 없는 갈등 국면으로 들어가서는 안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사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미래 역시 중요하며, 양측이 현명하게 갈등 국면을 풀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김세호 대한상의 국제본부장은 “한ㆍ일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얘기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이웃나라 일본과는 실타래같이 여러가지로 얽혀 있는데, 뭔가 이 문제를 풀 전향적인 실마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다만 재계로선 기업간 양국 투자 활성화가 지속되고,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가면서 양측의 실익을 견지하는 입장이 계속됐으면 한다는 게 공통의견”이라고 했다.

10대그룹 임원은 “한ㆍ일 갈등이 정치에서 산업계로 불붙는 것에 기업으로선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 “재계에 또 하나의 복병인 한ㆍ일관계 리스크가 등장하는 것은 불행일 것”이라고 했다.

재계는 한ㆍ일의 냉랭한 분위기가 기업으로까지 전이되면 그렇잖아도 영향을 받고 있는 수출에 더 큰 악재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독도 문제 등 갈등 고조 양상으로 일본에 대한 한국산 화장품과 휴대폰 수출은 올해들어 8월까지 각각 12.1%, 25.7% 감소했다.

일본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손상되면 대기업도 대기업이지만,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최근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이 일본 방문을 통해 “꽉막힌 한ㆍ일관계는 중기가 해결통로”라며 양국 중소기업간 교류와 협력을 통한 위기탈출을 강조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박종찬 전경련 동경사무소 과장은 “일본 기업들 분위기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며 “다만 일본 기업인 역시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를 보는 눈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고, 양국 경제교류나 기업 간 협력이 위축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현명한 해법이 나오면 봉합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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