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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태열> 서울대병원 파업사태가 남긴 것
서울대병원 노조가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하고 5일 업무에 복귀함으로써 13일에 걸친 파업 사태가 마무리됐다. 노사는 ▷임금 기본급 정율 1.3% 인상+정액 1만5000원 인상 ▷외래 환자 수 적정 유지 검토, 선택진료제 개선책 마련 ▷무기계약직 일부의 정규직 전환 등에 합의했다. 서울대병원이 6년 만에 총파업 홍역을 치른 데는 경영 악화를 두고 노사 양측 간 이해의 간극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서울대병원의 적자 규모는 올해 6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병원 측은 이를 원가 보전이 안 되는 현 수가 체제 때문이라며 비상경영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 측은 경영 악화의 원인이 병원 측의 암센터 증축과 불필요한 호텔 매입 등 수천억원대의 무리한 시설 투자 때문으로, 이를 비상경영 선포라는 억지 논리로 환자와 직원에게 전가시켰다고 주장했다.

노사의 주장이 확연히 엇갈리면서 양측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오병희 병원장은 파업 이후 국감 이전까지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았고, 노조 측도 연일 수백명씩 병원 본관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피해는 고스란히 일부 환자와 그 가족에게 전가됐다. 병원 측은 입원 및 외래 환자에 대한 진료에는 차질이 없다고 공언했지만, 엑스레이 검사 등 영상 검사, 진단 검사 등에서 대기시간이 1~2시간 이상씩 길어졌고, 일손이 부족해 환자 식사가 도시락으로 대체됐으며, 환자 이송 업무 및 콜센터가 일부 차질을 빚었다. 병원 로비는 아수라장으로 변해 병을 고치러 갔다가 병을 얻어갈 지경이었다.

결국 국민을 인질로 삼은 ‘13일간의 기싸움’은 그들만의 체면을 유지시키면서 끝을 맺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노조는 “만족스럽진 않지만 성과를 얻어냈다”고 밝혔고, 병원 측은 “그동안 환자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환자들의 고통은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다. 적어도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만큼은 환자들을 볼모로 삼기 전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지혜와 양보의 정신을 노사 양측이 되새겼으면 한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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