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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공부는 죽을 때까지 먹는 밥이다”
20년간 학위 6개 취득…이학수 경사
경찰도 법뿐 아니라 인문 소양 필요
주경야독 버틴 힘은 배움에의 열망


서울 도봉경찰서 창동지구대에는 학위가 6개나 되는 경찰이 있다. 그는 학위를 바탕으로 경찰에 특채된 엘리트 경찰 간부도 아니고, 정부의 빵빵한(?) 지원을 받아 공부한 경찰대 출신도 아니다. 오로지 경찰 직무 수행에 필요한 공부를 주경야독해온 결과, 6개 학위 소지자가 됐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방송통신대에서 법학사ㆍ행정학사ㆍ경영학사ㆍ농학사ㆍ문학사ㆍ교육학사 등 6개의 학위를 따낸 주인공은 이학수(53ㆍ사진) 경사다.

농업전문대 토목과를 졸업한 그는 경찰 현장을 누비면서 항상 자신의 법적 지식이 부족한 점을 느꼈다. 지난 1991년 경찰에 입문한 뒤 이듬해 방송대 법학과로 편입한 그는 법학사 학위를 따고, 행정학사 학위도 내리 취득했다.

“법의 잣대로 재단해 범법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도 경찰의 임무이지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현장에서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행정학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그는 학교폭력과 관련된 신고가 많아지자 청소년 상담이론 등 관련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교육학 과정에 도전해 교육학사를 따냈으며, 은퇴 후 생활을 위해 농학사와 경영학사도 취득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은 어릴 때 많이 배우지 못했던 가정형편 때문도 있지만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그의 성격도 일조했다. 이런 까닭에 그는 일주일에 3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책을 꼭 선물할 정도로 독서에 대한 애정이 깊다.

“호기심이 많습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관련 서적을 항상 펼쳐봐요.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과 만나거나 하는 데에는 취미가 없어요. 특별한 장기가 없는 셈입니다. 책을 읽는 것이 저에겐 여가생활입니다. 책을 읽으면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경기도 안성에서 빈농의 3남 중 맏이로 자라난 그는 농업고등학교 재학 중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4년제 대학은 언감생심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여읜 장남에게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명백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전문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건설회사에 취업해 중동에서 모랫바람을 맞으며 5년을 버텼다. 동생들 학비와 생활비를 보태기 위함이었다. 이후 그는 건설 현장을 벗어나 좀 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경찰공무원이 됐다.

끊임없이 배움을 멈추지 않는 이 경사. 그에게 있어 공부는 죽을 때까지 먹는 밥과 같다.

“경찰도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하고는 살 수 없어요. 경찰도 법뿐만 아니라, 철학ㆍ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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