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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웨이(My way)’ 걷다 ‘론리웨이(Lonely way)’로 떠난 이석채 KT 회장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KT와 KTF 합병, 한국에 아이폰 도입, BC카드와 금호렌터카 인수 등 지난 4년간 거침없이 승부수를 던져온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한때 공기업이었던 KT를 통신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가 추진한 탈(脫)통신과 컨버전스에는 더욱 속도가 붙는 듯 했다. 그러는 사이 이 회장한테는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동시에 업계에는 ‘KT= 이석채, 이석채= KT’라는 등식도 성립됐다.

하지만 그토록 앞만 보고 달려온 이 회장에게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 회장은 검찰의 두 번째 압수수색이 가해지자 지난 3일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격 전달했다. 그의 임기는 아직 1년 3개월 정도나 남은 상태였다. 이 회장은 앞서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대한 쓰나미를 어찌 돌파하겠나”며 조기 사임에 대한 여운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다 배임 혐의가 비자금 조성으로 확대되고, 검찰 소환 예정까지 점쳐지면서 이 회장은 마음을 굳혔다.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도 이 회장은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며 “회사를 살리는 것이 저의 의무이기에 회사가 마비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고 사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이 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정확한 퇴임 날짜가 정해지고, CEO(최고경영자) 추진위원회에서 후임 CEO를 선정하면 KT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2015년까지 ‘글로벌 미디어 유통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며 올레경영 2기를 외쳤던 그의 외침이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중도에 멈추게 된 셈이다.

이 회장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그는 통신업계에 적잖은 변화를 일으켰다. 수년 간 지지부진하던 KT와 KTF 합병을 취임 5개월 만에 성사시키자 이후 LG유플러스 합병, SK텔레콤 유무선 통합으로 이어지는 등 국내 통신산업은 컨버전스 시대로 재편됐다.

또 아이폰 도입과 함께 무선 데이터 요금 88% 인하, 와이파이 개방 등 파격적인 통신정책을 선보이며 음성통화서 무선 데이터로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반면 BC카드, 금호렌터카, 스카이라이프 등 연이은 기업 인수로 3년새 KT 순익을 1600% 신장시키면서도 그 과정에서 막대한 구조조정과 친인척 인사로 제왕적이다는 비난을 키웠다. 올해만 KT 직원 8명이 자살하는 등 이 회장의 노무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처럼 엇갈린 평가를 안고 떠나는 이 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할 일 하겠다”며 마이웨이를 외쳤다. 하지만 그 역시 KT 수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고 못하고 쓸쓸히 퇴장한다는 또 하나의 전례를 남기게 됐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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