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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벌하는 데에 적절한 시기란 있을 수 없다. 이 회장이 받고 있는 배임, 횡령 등의 혐의는 가능한 한 빠르게 밝혀져야 한다. 국가 대표 통신사의 수장이라는 자리에 흠이 될 만한 죄라면 미련 없이 물러나는 게 도리이고 원칙이다.
하지만, 자진해서 물러난 그의 모습에서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많은 국민이 그의 퇴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5년 전, 10년 전에도 국민은 곳곳에서 비슷한 모습을 목격했다. 아이러니하게 그 시기는 정권교체와 늘 맞물렸다. “정부의 힘이 닿을 수 없는 곳”이라는 역대 정권의 한결같은 해명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을 감싸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해도 매서운 가을 바람을 비켜가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추락한 많은 전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관례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추풍낙엽’ 현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 없다. 이 회장과 더불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또 다른 ‘위태로운 나뭇잎’들은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어올지 살펴보기 급급하다. 영업이익 급락, 대외 환경 악화라는 악재를 돌파하기도 급급한 지금의 상황에서 0.001%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은 정부의 눈치를 보기 바쁜 셈이다. 수출은 물론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리스크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에 이미 새 잎을 ‘접붙이기’하는 작업은 시작됐다. 이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후임 하마평이 무성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본질적인 구조 개선 없이는 누구를 ‘접붙이든’ 5년 뒤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긴 쉽지 않다. 또 불안한 5년을 소신 있게 견딜 우수 종자를 찾기도 어려울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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