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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박수진> KT ‘CEO리스크’ 언제까지…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건 낙엽만이 아니다. 위태롭게 흩날리던 나뭇잎이 결국 가을 바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3일 자진 사의를 표명한 이석채 KT 회장의 이야기다. “KT는 1급수”라며 자신하던 당당함도 검찰을 앞세운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이겨내긴 역부족이었다.

죄를 벌하는 데에 적절한 시기란 있을 수 없다. 이 회장이 받고 있는 배임, 횡령 등의 혐의는 가능한 한 빠르게 밝혀져야 한다. 국가 대표 통신사의 수장이라는 자리에 흠이 될 만한 죄라면 미련 없이 물러나는 게 도리이고 원칙이다.

하지만, 자진해서 물러난 그의 모습에서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많은 국민이 그의 퇴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5년 전, 10년 전에도 국민은 곳곳에서 비슷한 모습을 목격했다. 아이러니하게 그 시기는 정권교체와 늘 맞물렸다. “정부의 힘이 닿을 수 없는 곳”이라는 역대 정권의 한결같은 해명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을 감싸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해도 매서운 가을 바람을 비켜가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추락한 많은 전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관례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추풍낙엽’ 현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 없다. 이 회장과 더불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또 다른 ‘위태로운 나뭇잎’들은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어올지 살펴보기 급급하다. 영업이익 급락, 대외 환경 악화라는 악재를 돌파하기도 급급한 지금의 상황에서 0.001%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은 정부의 눈치를 보기 바쁜 셈이다. 수출은 물론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리스크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에 이미 새 잎을 ‘접붙이기’하는 작업은 시작됐다. 이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후임 하마평이 무성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본질적인 구조 개선 없이는 누구를 ‘접붙이든’ 5년 뒤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긴 쉽지 않다. 또 불안한 5년을 소신 있게 견딜 우수 종자를 찾기도 어려울 테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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