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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고 죽다 살았네’ 좌충우돌 허인회 스타일, KPGA 피날레 우승장식
“제발!” “나 오늘 왜 이렇게 안맞지. 1등 하려고 그러나? 하하.”

그는 좀 다르다. 고요한 그린 위에서 퍼터를 떠난 공을 향해 “제발~” 이라고 외치기도 하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후엔 큰소리로 “아이고, 죽다 살았네!” 라고 해 갤러리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시원시원한 장타와 세리머니로 ‘보는 맛’을 주기도 하고 타고난 재능에 비해 노력을 하지 않아 ‘게으른 천재’라는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좌충우돌 꽃미남’ 허인회(26)가 한국 남자프로골프 2013시즌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허인회는 1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힐·오션코스(파72·6983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시즌 최종전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에 보기 4개를 곁들여 1언더파 71타를 쳤다. 허인회는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김형태(36) 등 공동 2위를 4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8년 필로스오픈 우승 이후 5년4개월 만에 들어올린 우승컵이다. 

제주=박해묵 기자

허인회는 “단독 2위가 목표라고 했는데 막상 우승하니 너무 좋다”고 웃으며 “한국과 일본 투어를 계속 병행할 계획이었는데 우승을 하고 나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내년에 국내투어에 더 전력투구할 계획이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5년 4개월만의 우승이다. 소감은.

▶우승하니까 너무 좋다.(웃음) 4라운드를 2위와 차이(김태훈과 3타 차)가 좀 난 채로 시작해서 긴장이 풀렸는지 전반적으로 샷이 잘 안됐다. 토핑도 나고 속칭 뒤땅도 나고 그랬다.

-골프를 굉장히 유쾌하게, 즐기면서 치는 것같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억지로라도 유쾌하게 치려고 한다. 보통 3~5초 정도 집중하고 바로 샷에 들어가는데 그런 모습 때문에 성의없어 보인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아버지에게도 혼났다. 하지만 루틴 시간을 길게 한다고 해서 잘되는 게 아니다. 천천히 치는 것도 습관이 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은 보통 우드나 아이언을 잡는 8번홀(파5)에서 사흘 내내 드라이버로 치다가 오늘은 아이언을 잡았는데.

▶무조건 아이언을 잡았어야 한다.(웃음) 선두를 지키기 위해서 안정적으로 가는 걸 택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골프를 이제야 배웠다.(웃음)

-부모님은 대회장에 오셨나.

▶두 분이 여행 가셔서 어제 20초 통화했다. 어머니가 “덤벙대지 말고 빨리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연습을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제 우승도 했으니 연습을 좀더 열심히 할 생각은 없나.

▶이런 말이 있다. 재능있는 사람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난 재능있고 즐기는 사람이다. ‘열심히’만 없는 사람이다.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메인스폰서가 없었다.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성의없어 보이고 대충하는 것같아 보이게 한 탓이다. 내가 스폰서라도 해주지 않았을 것같다.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하겠다. 스폰서에서 연습하는 걸 계약조건으로 내세우신다면 더욱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웃음)

-향후 계획은.

▶계획을 수정해 내년에 국내 투어에 전념할 계획이다. 일본투어와 병행할 계획이었는데 우승하고 나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한국남자프로골프 많이 사랑해 달라.

제주=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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